화려한 문양 등이 돋보여 국보로 지정됐던 ‘백자 동화매국문 병(白磁 銅畵梅菊文 甁)’의 국보 지정이 취소된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조선 전기의 백자가 아닌 원나라 작품인 것으로 추정됐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국보로서 위상과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에 대해 국보 지정 해제를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문화재청이 밝힌 지정 해제 사유에 따르면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우선 산화동(酸化銅) 안료로 그림을 그린 기법이 사용됐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 작품은 당초 ‘진사(辰砂)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기형(器形)이 돋보인다’는 이유로 1974년 7월 4일 국보로 지정됐다. 진사는 산화동 등의 안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장식기법으로 동화(銅畵)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실제 조선 전기 백자에 이처럼 동화(銅畵)를 안료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 도자기의 경우 산화동 안료를 사용한 경우가 고려시대인 13∼14세기 일부 유물에서 문양으로 쓰인 예가 확인되며 그 이후 보이지 않다가 조선 후기부터 근대기인 18∼20세기 초반 제작한 백자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확인된 유물과 연구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는 백자에 동화로 장식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보 지정 당시에는 기형 등을 바탕으로 해당 작품이 조선 전기인 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기형과 크기, 기법, 문양과 유사한 사례가 중국에서 ‘유리홍(釉裏紅)’이라는 원나라 도자기 이름으로 다수 현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이 작품도 조선시대가 아닌 중국 원나라 때인 14세기경 작품으로 판단하고 있다.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정 해제 사유로 제기됐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지정 기준에서는 외국문화재라 해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문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작품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문화재청은 앞서 2018년 학계와 언론 등으로부터 해당 작품에 대한 국적과 작품 수준 등에 대해 본격적인 문의가 제기되면서 중국과 한국도자사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연구를 진행했으며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를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이라는 국보 지정 기준에 미흡할 뿐 아니라 국보로서 위상에도 부합된다고 보기 어려워 해제가 타당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30일의 예고기간 및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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