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날다, 놀다]<6> 김요찬 음악감독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수상
“獨서 소식듣고 사기 전화인 줄, 한국 연극 전성시대 꿈꿔”
‘배우인가, 연주자인가.’
지난해 9월 국립극단이 올린 ‘스카팽’ 무대 한구석에 있는 김요찬 음악감독(41)을 본 관객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질 법하다. 당시 김 감독은 홀로 악기 14개를 연주했다. 배우의 동작에 따라 같이 몸을 썼고 심벌즈, 드럼을 치며 만화에서처럼 익살스러운 효과음을 냈다. 피아노로 배경음악도 연주했다. 극의 맛을 살린 끼와 재능을 인정받아 그는 제56회 동아연극상에서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같은 해 기술감독을 맡았던 ‘휴먼 푸가’ 역시 호평을 받았다.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독일에서 작업하다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사기 치는 줄 알았다. 그만큼 연극에서 상과는 거리가 먼 음악, 음향 분야로 인정받아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음악이 좋았다.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서 온갖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다. 어떻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결심은 변함없었지만 대학 진학 후 생계를 위해 방송국, 영화판 문도 두드렸다.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 때는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동아일보 전광판에 영상을 송출하는 일도 했다. 그런 그를 연극판으로 이끈 건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이었다. 김 감독은 블루오션을 찾은 기분이었다.
“후반 작업을 거쳐 예쁘게 꾸며진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이 주는 날것의 느낌이 좋았어요. 특히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극단의 작품에 저만의 소리를 입히는 게 신선했죠.”
무대는 그가 생각하는 소리의 매력을 한껏 펼치는 장이 됐다. 2002년 아동극 ‘징검다리’를 시작으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와 올해로 20년째 함께했다. 소리는 연습실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장면에 따라 ‘떠러덩덩떵떵’ ‘촤악’ 같은 소리를 넣어보고 배우들도 “괜찮다”고 하면 세부적 화음이나 여러 악기 소리를 더한다.
“자기 음악보다 남의 음악을 더 많이 듣고 해석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론에 따라 그가 맡은 작품에는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스카팽’에서도 마이클 잭슨 노래와 오페라, 찬송가가 쓰였다. 그는 “공연 분야에 몸담고 있어도 ‘왜 유명 래퍼인 에미넘 음악이 성공했을까’처럼 스스로에게 늘 음악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 오지 않은 한국 연극 전성시대를 꿈꾼다”고 바랐다. 그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듯 많은 무대에서 스타 배우, 명연출가, 인기작이 쏟아져 연극이 크게 사랑받을 날을 고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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