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이상이 표 구입해도 따로”…기자가 ‘영화관 거리두기’ 체험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일 16시 40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나 홀로 고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멀리하거나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침체는 물론 외부에서 즐기는 문화생활도 사실상 올 스톱 된 상태다.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건 아니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 감소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자가 직접 영화관, 서점 등 각종 문화 현장을 체험해 보는 기획을 마련한다.

●코로나19에 철벽 대비하는 영화관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은 조용했다. 티캐스트에서 운영중인 씨네큐브는 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대표적인 예술영화 명소지만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진 못했다. 강지형 티캐스트 영화사업팀 과장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뒤 3월 한 때 80% 정도 관객이 줄기도 했지만 최근 관객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극장 소독을 강화하고 1,2관의 영화 상영 횟수를 약 13회에서 8회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씨네큐브의 협조를 얻어 홀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관 소독까지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1관 첫 회 상영작은 ‘라라걸’(원제 Ride Like A Girl). 호주 경마대회 멜버른컵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한 미셸 페인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티켓 창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할 때 기자가 지정한 좌석 주변에는 ‘X’ 표시가 돼 있었다. 영화관람 거리두기 조치였다. 영화관 입구에서 검표와 함께 체온 측정이 이뤄졌다. “36.5도네요. 정상입니다.” 이어 손 소독을 한 뒤에야 극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오전 시간이어서 관객은 기자를 포함해 다섯 명 뿐이었다. 모두들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자리를 잡았다. 강 과장은 “2인 이상이 표를 구입하더라도 가능한 따로 앉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일부 연인 관객의 경우 나란히 앉으려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거리두기 규칙을 따라주고 있다”고 전했다.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라라걸’을 관람했다. 주인공이 온갖 역경과 차별을 딛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순간 객석에서 박수소리는 없었지만 대형스크린의 역동적인 영상을 더 집중해 볼 수 있었다.

●씨네큐브, ‘너와 나의 안전거리’ 정책 모범사례

오후 1시,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퇴장하자 씨네큐브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음 영화가 상영되기 20분 안에 영화관 소독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2명이 약식 소독을 진행한다. 이날은 기자까지 소독 작업을 하기 위해 서둘러 흰색 방호복으로 갈아입었다. 비닐 장갑을 낀 뒤 펌프식 소독액을 들고 구역을 나눠 관객이 앉았던 자리 주변에 소독액을 골고루 분사했다. 앞 열부터 맨 끝 열까지 오물을 수거하고 소독액을 묻힌 물티슈로 손잡이, 좌석을 깨끗이 닦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화관 곳곳을 돌며 소독작업을 하고 나니 이마엔 땀이 맺혔다.

씨네큐브는 매 회 차 영화가 끝나면 이 같은 극장 내부 방역과 살균소독을 하고 당일 마지막 회가 끝나면 전체 좌석 소독을 한다. 매주 한 번 씩 건물 전체 특수 방역까지 진행한다. 씨네큐브 모든 근무 직원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손 소독제와 체온계를 곳곳에 비치하고 건물 1층 로비에 열 감지 카메라로 모든 입장 인원을 체크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씨네큐브는 코로나 19를 예방하는 다중이용시설 적극 방역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 불안감이 커졌던 3월 초부터 ‘너와 나의 안전거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화 관객들의 접촉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권하는 좌석을 기준으로 앞 뒤, 양 옆을 모두 비워 일정 거리가 유지되도록 ‘4중 안전 좌석 다이아몬드’를 실행하고 있다. 씨네큐브 1관은 290석, 2관은 70석 규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소한의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1관은 최대 145석, 2관은 35석 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씨네큐브 관계자는 “관객 간 안전거리 유지 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될 때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산업 피해 크지만 안전 방역으로 극복 중

영화계의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는 심각한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간 전체 관객 수는 18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4만 명(87.5%)이나 줄었다. 올해 3월 관객 수는 2004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가동한 뒤 월별 관객 수에서 최저치다. 매출액도 올해 3월 152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114억 원(88.0%)나 감소했다.

씨네큐브는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특별한 컨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드리 헵번 회고전, 가능성 있는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씨네프X씨네큐브와 함께하는 인디피크닉2020’ 등 기획물을 준비하고 있다. 강 과장은 “올해 씨네큐브가 문을 연 지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중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 돼 영화계도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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