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적잖은 오류와 오판 거친 주기율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일 03시 00분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김병민 지음/340쪽·2만4000원·동아시아

“수헤리베붕탄질산플네….”

28년 전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천자문 외듯 합창했던 암기문이 책장을 넘기며 귓전에 맴돌았다.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산…. 저자가 14쪽에 인용한 윤동주 시인이 별을 바라보며 떠올렸던 패(佩), 경(鏡), 옥(玉)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이름들이다.

그 시절 영문도 모르고 무조건 외워야 했던 spdf 오비탈, 파울리의 배타원리, 전자껍질, 6.02 곱하기 10의 23제곱이라는 숫자. 오래 전 교과서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어도 그들의 의미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상냥한 경어체 문장이지만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어려운 게 쉬워지진 않는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존재는 20세기 초에 드러났습니다. 그 존재를 모르던 19세기의 멘델레예프는 원자량 순으로 원소를 배열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는 자기가 만든 주기율표에서 원자량보다 원소의 성질을 우선적 기준으로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에 어긋난 원소의 원자량이 틀렸다고 생각해 줄기차게 재측정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쓰이는 주기율표의 기초는 러시아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834∼1907)가 마련했지만 이후 많은 수정이 이뤄졌다. 원자량과 화학적 성질의 관계를 분석해 그 데이터를 일련의 표로 정리하려 한 학자는 멘델레예프뿐이 아니었다. 그의 남다른 업적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를 위한 빈자리를 마련해둔 것이었다. 그가 예언한 원소들은 훗날 차례로 발견됐다.

“자신의 이론이 옳음을 과학자가 스스로 완벽하게 증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맞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모든 시도에 실패하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틀림의 부재가 맞음을 증명하듯 틀림의 존재는 새로운 옳음을 만듭니다. 맞다와 틀리다의 경계는 여기서 모호해집니다.”

책을 감싼 두툼한 띠지를 펼치면 안쪽에 예쁜 주기율표가 큼직하게 인쇄돼 있다. 책을 뒤집어 거꾸로 읽으면 각 원소를 관련 이미지와 함께 설명한 ‘신비한 원소 사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김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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