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만드는 법]“유행 따라가는 소설 만들고 싶지 않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일 03시 00분


도서출판 ‘솔’ 임우기 대표

5권짜리 ‘국수(國手)’에 이어 10권짜리 ‘금강’(김홍정 지음)이다. 국내 작가의 장편소설 내기도 쉽지 않은 문학출판계에서 총 3292쪽의 대하소설이라니….

“호흡이 짧고 유행을 따라가는 소설은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올 1월 역사소설 ‘금강’을 펴낸 도서출판 솔의 임우기 대표(64·주편집자·사진)는 문학편집 35년 경력의 문학평론가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도 그의 손을 거쳤고 구수한 사투리가 넘쳐 나는 이문구 전집도 펴냈다.

임 대표는 “중앙에 종속된 지역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이고 평등한 유역(流域·강물이 흐르는 언저리)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문학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유역문학론’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충청도 금강(錦江) 유역을 중심으로 중종반정부터 임진왜란, 후금(後金) 건국에 따른 파장, 허균의 죽음까지 조선의 16∼17세기를 민중사적 시각으로 조망한 이 책이 와 닿지 않을 리 없다. 대부분 역사소설이 남성 중심인 것과 달리 작가의 고향인 충남 공주를 기반으로 한 상단(商團) 행수 등 여성 5명이 100년 넘는 유장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김홍정 작가와 15년간 작업한 셈입니다. 김 작가는 세계관이 건강하고 부지런하며 성실합니다. 특히 반항과 도전, 저항을 담은 문장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원래 금강은 3권짜리 장편소설로 처음 나왔다. 김 작가의 ‘천재성’과 내용의 확장 가능성을 본 임 대표가 더 늘리자고 제안해 2017년 6권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다시 2년여의 ‘엄청난 고생’ 끝에 10권으로 완성했다.

지역의 방언을 살리고 향토사를 계승해야 한다는 유역문학론에 ‘금강’은 딱 들어맞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는 금강 유역의 역사와 전통이 풍부하게 배어 있다. 예를 들면 객주의 국밥을 비롯해 젓갈, 생선탕, 잔치 음식 등 당대 금강 주변에서 먹었던 음식 이야기가 집요하리만치 생생하고 감칠맛 나게 재현된다. 술 먹는 장면은 임 대표가 줄이기까지 했을 정도다. 또한 이 유역 민초는 당연히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현재 한국 소설이 감각적이고 사소설적인 문장을 쓰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소설이 그렇게 몰아갈 이유는 없지 않나요. ‘영어 번역을 전제로 해서 글을 쓴다’는 소설가가 있던데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국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바로서의 세계문학은 허구라고 생각하는 그는 금강 같은 소설을 통해 한국어의 고유한 언어 체계와 정서, 사상을 지켜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솔#임우기 대표#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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