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전설적 지휘 명장(名匠) 빌럼 멩엘베르흐는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반세기 동안 암스테르담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수석지휘자로 재직했다. 그는 교향악 거장 구스타프 말러와 친분이 있었고, 말러가 1911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주 그의 교향곡을 레퍼토리에 올렸다. 멩엘베르흐의 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세계적인 ‘말러 붐’을 잇는 중요한 불씨가 됐다.
RCO는 올해 말러 탄생 160주년을 기념해 8일부터 17일까지 ‘말러 페스티벌 2020’을 대대적으로 열 계획이었다. 10일로 예정됐던 정명훈 지휘 교향곡 3번을 비롯해, 말러의 교향곡 전곡과 ‘대지의 노래’ 등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 10명이 차례로 지휘하는 호화로운 축제였다. 그러나 이 페스티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기자의 지인 중에도 이 축제 관람권을 예매한 분이 있었다. 실망한 그의 푸념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주 RCO가 올해 말러 페스티벌을 연다고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살아 있는 지휘 거장들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명장들까지 지휘대에 오르며, 심지어 우리 거실에까지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미 눈치채셨다시피 과거 RCO의 연주를 유튜브에 올리는 온라인 페스티벌이다.
8일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9일 오전 3시 반)부터 원래 예정된 축제 일정 그대로 열린다. 지휘자는 바뀐다. 9일(이하 한국 시간) 마리스 얀손스 지휘 교향곡 1번, 10일 다니엘레 가티 지휘 교향곡 2번, 11일 얀손스 지휘 3번, 12일 피셰르 이반 지휘 4번, 13일 가티 지휘 5번, 14일 로린 마젤 지휘 6번, 15일 피에르 불레즈 지휘 7번, 16일 얀손스 지휘 8번, 17일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 9번, 18일 파비오 루이지 지휘 ‘대지의 노래’로 이어진다. RCO는 공개한 각각의 연주를 한동안 유튜브에 남겨둘 예정이다. 유튜브 검색어 ‘concertgebouworkest’.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