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옌스 안데르센 지음·김경희 옮김/492쪽·2만5000원·창비
‘삐삐롱 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으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올해 3월 백희나 작가가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받았다. 전기 작가인 저자는 린드그렌이 쓴 원고, 편지, 일기 등을 분석해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여유로운 농가에서 태어난 린드그렌은 탁월한 글솜씨로 17세에 신문사 수습기자가 됐다. 하지만 아버지뻘 되는 편집장의 애정 공세에 빠졌고, 싱글맘이 된다. 아들 라세는 위탁모에게 맡겨야 했다. 결혼해 딸을 낳은 린드그렌은 출판사, 자동차 클럽 등에서 일하며 계속 글을 썼다. 그는 폐렴 증상으로 침대에 오래 누워 있던 딸 카린에게 초인적인 힘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삐삐롱 스타킹’은 그렇게 탄생했다.
린드그렌이 교훈적이고 밝은 이야기를 다루던 기존 동화와 달리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활약하고 죽음도 응시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파격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기에 가능했다. “아이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라고 간파한 건 라세와 떨어져 지낸 죄책감으로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쾌활한 그였지만 홀로 라세를 키울 때는 불안에 사로잡혔고 아들을 암으로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는다.
린드그렌은 작가로만 머물지 않고 과도한 세금 부과에 항의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환경 보호, 동물 복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며 뜨겁게 질주했다. 그의 삶은 부당한 일에 물러서지 않고 동물들과 친구로 지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삐삐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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