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주년 ‘한국의 床’ 위 아티스트 7인이 펼친 상상의 나래
춘곡 고희동 티셔츠에 맑은 유리관, 파랑새 든 인형까지 아이디어 톡톡
다양한 오브제 22일까지 전시
“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 나는 시큼하고 고소한 종이 냄새를 표현했어요.”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서 만난 김하리 씨가 말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커피 로스팅 브랜드 ‘하리두’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신문향(新聞香)이 나는 원두 ‘동아 에스프레소’를 만들었다. 멕시코와 브라질산 원두를 혼합해 감자 종이 타르 향이 느껴진다.
이곳 로비에 설치된 작품 ‘한국의 상(床)’ 위에는 이날부터 커피와 유리잔, 티셔츠부터 소형 가구와 음악까지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가 놓였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동아일보와 20인의 아티스트’ 참여 작가 중 7명의 작품을 22일까지 전시한다.
7명은 김태기(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바비인형), 김하리, 신상훈(춘곡 티셔츠), 유벼리(맑은 유리잔), 윤소현(프로즌 레터), 전아현(深山·심산/Newspaper, Resin), Sophie Akii(선곡 목록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다.
‘춘곡 티셔츠’는 미술기자로 동아일보에 입사한 춘곡 고희동 화백(1886∼1965)을 관련 상품(굿즈·goods)으로 표현했다. 고 화백은 고구려 강서대묘 벽화를 모티프로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호 제호(題號)를 디자인했다. ‘유병재 굿즈’를 기획했고 현재 샌드박스 크리에이터의 MD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신상훈 씨는 “녹색 톤을 강조해 영화 ‘매트릭스’ 같은 디지털 분위기를 살렸다”고 설명했다.
유리 공예가 유벼리의 ‘맑은 유리잔’은 동아일보 캐치프레이즈 ‘세상을 보는 맑은 창’에서 영감을 얻었다. 손잡이는 각각 신문의 백색과 검은색, 동아일보 로고를 참고했다.
투명한 상자 속에 갇힌 작은 산처럼 보이는 ‘심산’은 신문을 잘라 만든 오브제다. 최근 신문 1, 2면에서 활자 부분만 잘게 잘라 쑨 종이죽으로 산맥을 만들었다. 그 위에 레진을 가득 채워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의자나 다탁(茶卓)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구 디자이너인 전아현 씨는 “신문지를 활용해 기록되는 역사의 중요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DJ Sophie Akii는 동아일보 창간호 그림체와 창간사를 재해석해 윤시내 이은하의 한국적 펑크(funk)부터 아프로 펑크(punk)까지 가사 중심의 셋리스트(선곡 목록)를 내놓았다. 그는 “창간호에 무거운 내용부터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함께 있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낡은 인형의 얼굴을 다시 그리는 리페인팅 작업을 하는 김태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동아백년 파랑새’를 들고 있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을 표현했다. 김 작가는 “동아일보가 세계인이 사랑할 수 있는 언론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로즌 레터’는 ‘동아’ ‘東亞’ ‘100’ 등의 문자를 조각해 아크릴 용액 속에 굳힌 문진(文鎭)이다. 100년 동안 활자를 통해 가치를 지켜온 신념을 기념하는 의미로 가구디자이너 윤소현 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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