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막 국제현대무용제에 ‘타임스 스퀘어’ 내놓는 안무가 안애순
“각자 영상에 느낌-테크닉 주고받아… 무용수들 처음엔 낯설어하다 적응”
국내 최대 현대무용 축제인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는 올해만큼은 ‘국제’라는 말이 어색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아티스트들은 참가할 수 없다. 그 대신 그동안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었던 국내 현대무용 스타들이 총출동해 축제를 빛낸다. 이들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안무가로서 현대무용계를 굳건히 지켜온 안애순(60)이 있다. 안애순 안무가는 이번 모다페에 ‘Times Square(타임스 스퀘어)’를 내놓는다. 20여 년간의 안무 작업을 조합한 아카이빙 작품으로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 인생에서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지만 안무 작업을 할 때만큼은 매번 새로운 생각, 발상과 만난다. 현실과 완전히 다른 춤의 무대를 내놓는 일은 늘 짜릿하다”고 했다.
안 안무가에게는 이번 작품 연습 과정에서 난생처음 겪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무용수들이 연습실에 모이는 대신 원격으로 연습을 해야 했다. 한국 현대무용계의 대표 주자인 한상률 김보라 김호연 지경민을 비롯해 작품에 출연하는 댄서 16명이 그에게 각자 자신의 춤동작 영상을 보내 점검을 받았다.
“어떤 장면을 표현할지 논의한 뒤에 각자 영상에 느낌과 테크닉을 담아 제게 전송해요. 무엇이 좀 부족했는지, 어떤 것은 잘 소화했는지 피드백을 주면 처음엔 낯설어하다가 프로답게 금방 결과물을 내놓더라고요.”
그는 최근 작품들에서 줄곧 시간성을 천착했다. ‘Here There’ ‘이미 아직’ ‘평행교차’ ‘공일차원’ 등 모두 시간이 작품의 중요 키워드이자 매개가 된다. 왜 시간일까.
“몸으로 모든 걸 말하는 무용수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몸의 변화는 아주 예민한 주제죠. 평생 절대적 시간에 갇히지 않고 주관적 시간성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코로나19로 몸이 갇히는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닥칠 미래를 어떻게 작품에 녹일지도 고민했어요.”
안 안무가는 1985년 안애순무용단을 창단해 세련된 리듬감과 한국적 정서를 살린 안무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그를 소개할 때마다 ‘옥스퍼드무용사전에 등록된 최초의 한국 현대무용가’ ‘세계현대춤사전 속 한국 대표 무용가’라는 표현을 인용한다.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해외 평론가들이 공연 책자를 보고 소개해 (사전에) 등록된 것 같다. 이젠 저도 좀 다른 수식어가 필요한 때”라며 웃었다. 그는 무용가나 안무가 대신 작가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작가는 할 말이 다 떨어진 순간 끝났다고 봐요. 무용을 창작하고 춤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로서 아직 해야 할, 하고픈 말이 더 많습니다.”
14일 개막하는 모다페에서는 모든 공연을 네이버TV 및 V LIVE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15,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4만, 5만 원, 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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