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사형수 복역때 김대중 前대통령 수필 14편 공개
“박정희 정권 가혹한 박해 받았지만 납치범-암살 음모자 일체 용서”
“나에 대한 납치범, 암살 음모자들을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에 따라 일체 용서할 것을 선언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이 1980년 12월 3일 경기 성남시의 육군교도소에서 쓴 옥중 수필의 일부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라면서도 이처럼 화해와 관용을 선언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작성한 옥중수필 14편을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수필들을 쓴 건 1980년 11월 25일부터 이듬해 1월 5일 사이였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5·18민주화운동과 연결된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됐다. 9월 17일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1월 23일까지 사형수로 복역했다. 이 수필 전문은 김대중도서관이 2015년 펴낸 ‘김대중 전집’에 들어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건 친필 사본이다. 원본은 개인 소장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시기 김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29통)과도 다르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 한다”라며 서두를 뗐다. 그는 이어서 “하느님은 나의 행적대로 심판하실 것이고 우리 국민도 어느 땐가 진실을 알 것이며 역사의 바른 기록은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다”라며 당당한 태도로 국민과 역사에 대한 신뢰를 비치기도 했다.
자료를 공개한 김대중도서관 측은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친필로 직접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도서관의 장신기 박사는 “김대중의 화해·용서·포용·관용의 정치는 DJP 연합을 통해 최초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고, 이 땅의 진보와 보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대와 화합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됐다”고 평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 밖에도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수감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대표)의 최후진술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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