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플래시100]조선 청년들아, 조선을 타파하라! 청년신문의 ‘외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9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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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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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한 목적 아래 형제와 친구와 더불어 손을 굳게 붙잡고 소리를 같이 하여 ‘역제르쇼’(향상)를 부르짖으며…’ 동아일보 1920년 7월 9일자 1면 사설 ‘청년회연합에 대하여 각지 동회에 갱고하노라’에 나오는 구절을 현대어로 바꿨습니다. 제목부터 어렵죠? ‘갱고(更告)하노라'는 '다시 알리노라'의 뜻입니다. 그런데 100년 전 표기 그대로 옮긴 ‘역제르쇼’는 무슨 뜻일까요?

역제르쇼는 영어 단어 ‘excelsior’의 1920년 당시 한글 표기입니다. 지금은 ‘익셀시어’ 라고 쓰겠지만 100년의 시차를 실감하게 되죠. 뜻은 ‘더욱 더 높이’입니다. ‘향상’보다는 더 역동성이 느껴지죠. 미국 뉴욕주의 표어라고 하고 운동화 브랜드로도 쓰이는 것으로 봐서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듯합니다.

‘더욱 더 높이’는 한창 기운이 넘치는 청년에게 딱 들어맞는 단어입니다. 1920년 조선은 비록 일제강점 아래 있었지만 청년의 기상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3·1운동 이후 청년은 기성세대 대신 민족의 장래를 책임질 주체로 떠올랐죠. 전국 곳곳에서 청년회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배경이었습니다. 1920년에만 694개를 헤아렸고 이듬해에는 2068개로 폭증했죠. 여성 청년회는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청년회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지역청년회가 있는가 하면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열도 있었죠. 민족종교를 자임한 천도교계열은 다른 청년회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수가 많았습니다. 진남포에만 청년회가 9개 결성되는 등 한 지역에서 몇 개씩 청년회가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금주 등 악습개선, 농촌개량 등 활동 목표도 다채로웠죠.

이때 동아일보가 나섰습니다. 1920년 5월 26일자 1면에 사설 ‘각지 청년회에 기하노라’를 실었죠. ‘기(寄)하노라’는 ‘보내노라’의 뜻입니다. 사설은 청년을 국가와 사회의 진보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단합을 촉구했습니다. ‘청년신문’ 동아일보였기에 가능한 호소였죠. 동아일보가 깃발을 들자 연합회 결성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이해 6월 28일 서울에서 ‘조선청년회연합기성회’를 발기회가 열렸습니다. ‘기성(期成)’은 일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동아일보 4면에 무려 44회나 실렸던 조선청년회연합기성회 가입 안내. 취지와 조직방법, 7대 강령, 집행위원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기성회 집행위원 4명이 동아일보 기자였습니다. 한기악(서무부) 장덕수(사교부) 김명식 박일병(이상 지방부)이었죠. 7월 15일부터는 ‘조선청년회연합기성회 각지 청년단체의 가입을 환영’ 안내를 4면의 같은 위치에 무려 44회나 실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6월 17일부터는 역시 4면에 각지 청년회 창립과 활동을 빠짐없이 알렸습니다. 아예 ‘각지 청년단체 소식’이라는 고정란을 만들었죠. 이 고정란은 1923년 11월 27일자까지 매일같이 이어집니다. 당시 동아일보 4면은 ‘청년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1920년 12월 2일 창립총회가 열려 조선청년회연합회가 정식 출범했습니다. 전국에서 224개 청년회가 참여했죠. 하지만 이 소식은 동아일보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일제 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을 당해 신문을 낼 수 없던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는 7월 9일자 사설에서 청년회가 할 일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옛 조선을 타파하라, 둘째 지식을 구하라, 셋째 일치단결하라, 넷째 덕과 의를 존중하라, 다섯째 건강을 증진하라, 여섯째 산업을 진흥하라, 일곱째 세계문화에 공헌하라. 크게 봐서 스스로를 닦고 기르는 수양(修養)을 강조한 것입니다. 총독부의 간섭이나 탄압을 받지 않기 위해 수양을 내세웠지만 그 깊은 뜻은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회 운동은 1923년 말로 접어들면서 큰 도전에 맞닥뜨립니다. 사회주의라는 파도가 밀어닥쳤던 것입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과거 기사의 원문과 현대문은 '동아플래시100' 사이트(https://www.donga.com/news/donga100)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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