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 중이던 1844년에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조선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그해 영국에선 윌리엄 터너(1775∼1851)가 ‘비, 증기, 속도―그레이트 웨스턴 철도’를 그렸다. 장엄하면서도 정확한 묘사가 돋보이던 터너의 작품이 말년으로 가며 추상화하던 때다. 이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출간된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마로니에북스·사진)는 이처럼 시대별로 조선과 유럽의 그림을 비교한다. 추사와 터너의 대조는 19세기 말 왕권은 쇠락하고 ‘개인’이 등장하는 거대한 시대흐름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 저자인 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63)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다가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의 대조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8년 여름 집필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각 장은 미술사 주요 작품 연표로 시작한다. 말미에는 책에 등장한 작품들의 제목과 연도를 기록한 ‘시대 대조표’도 수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