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가들은 심리적 해독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려 노력해야죠. 평화와 인도주의는 음악이 지향하는 공통적 이상이잖아요.”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의 자택에 머무는 음악가 칙 코리아(본명 아만도 코리아·79)를 26일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코리아는 키스 재럿(75), 허비 행콕(80)과 함께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와 활동하고 그룹 ‘리턴 투 포에버’를 이끌며 ‘재즈 퓨전’ 장르를 개척했다. 아방가르드 재즈부터 클래식까지 넘나들었다. 근 60년간 수많은 명곡, 명반, 명연을 남겼다. 1월, 앨범 ‘Antidote(해독제)’로 개인 통산 스물세 번째 그래미 트로피를 안았다.
코리아가 6개 대륙 60명의 음악가와 함께 온라인 협연 공연 ‘스테이 웰 콘서트’를 22일 열었다. 마크 아이셤, 데이비드 캠벨, 비니 콜라유타 등 세계적 음악가가 함께했다. 한국인 기타리스트 김세황도 참여했다. 전체 공연 영상은 링크(QR코드)에서 볼 수 있다.
코리아는 “감염병 유행 속에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칼칼하고 활력 넘치는 목소리에서 코리아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정이 떠올랐다.
“저와 아내(보컬리스트 게일 모런 코리아)가 음악가들에게 연락하고, 미리 편곡한 시범 녹음을 e메일로 보내 각자 집에서 연주하고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좋은 결과물이 나와 뿌듯해요.”
그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음악가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집에서 머무는 기간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최대한 창의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일 역시 중요하죠. 어려운 처지의 젊은 예술가를 도울 기금 마련 방안도 사회가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코리아 역시 자택에 머물며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피아노 독주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아시아 투어를 비롯해 못다 한 공연을 한 풀듯 해나갈 작정”이라고 했다. 곧 80세가 된다. 그는 스스로 “80”을 발음하며 호방하게 웃어젖혔다.
“너무 낯선 숫자네요. 건강만 유지한다면 20대 때보다 더 왕성하게 창작할 수 있어요. ‘내가 여든이라니…’라고 푸념하기엔 그 밖에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죠. 하하.”
코리아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020∼2021 입주 예술가다. 내년 뉴욕필이 세계에 초연할 트럼본 협주곡을 작곡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를 위한 타악 협주곡도 만들고 있다. 8월에는 두 장짜리 피아노 독주 앨범 ‘Plays’를 낸다.
“모차르트와 조지 거슈윈,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과 쇼팽…. 클래식과 다양한 대중음악을 결합한 근년의 공연 실황을 담아낼 겁니다. 관객과 벌인 피아노 즉흥 연탄(連彈), 관객에게 선사한 ‘즉흥음악 초상화’도 실을 거예요.”
20일 선공개한 디지털 싱글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F장조를 재해석한 곡. 코리아는 “1980년대에 오스트리아 클래식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1930∼2000)와 함께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와 협연한 이후 모차르트의 광팬이 됐다”고 했다. 앞으로의 꿈은 멤피스의 힙합 댄스 그룹과 전혀 새로운 발레음악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계인 코리아는 한국에 여러 번 왔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저의 나라에 와서 너무 좋습니다!” 하며 너스레를 떤다.
“한국은 관객층이 특히 젊어요. 밝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위생수칙을 준수하며 건강을 지키세요. 집에서 당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보세요. 곧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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