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세상의 종말 후, 유일한 생존자들이 타고 있는 기차를 배경으로 꼬리칸부터 머리칸까지 빈부격차에 따라 나뉜 사람들의 계층 갈등을 다루고 있는 영화는 현실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우화였다. 특히 봉 감독 특유의 세계관이 담겨있는 작품으로서 2019년 최고의 영화였던 ‘기생충’과 거울처럼 비교가 가능하기에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흐름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를 내놓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영화의 원작인 동명 프랑스 만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설국열차’ 드라마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려움이 가득했다. 무려 4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 제작진들이 교체되고, 찍어놓은 분량을 버리고 재촬영을 진행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많은 시간이 걸려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 드라마 ‘설국열차’는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1화와 2화가 동시에 공개됐다. 미국에서는 현지 방송국 TNT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먼저 공개됐고, 이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드라마 ‘설국열차’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호평도 있고, 혹평도 존재한다. 영화 및 TV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전문 평단이 매긴 이 드라마의 신선도는 63%다. 60%를 기점으로 신선한토마토(Fresh)와 썩은토마토(Rotten)가 갈리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좋은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이 드라마는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초반에 반응이 갈릴 수 있지만, 시즌1 전체가 공개되고 난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 극명하게 나뉘는 호불호…“판에 박혔다” vs “볼만한 결과물”
대다수 혹평은 영화 ‘설국열차’와의 비교에서 나왔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독창성이 담겨있는 작품이었기에 드라마로 오면서 그 독창적인 세계에 변화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영화의 제작을 담당했던 박찬욱 감독과 연출자 봉준호 감독이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잘하면 여러 시즌, 여러 회차를 보여줘야 하는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변화는 불가피했다. 다만 그 결과물에 대한 불만이 없지는 않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스는 “새 ‘설국열차’ 드라마는 한 장르에서 잘 사용됐던 이야기가 다른 장르에서는 쉽게 각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화가 ‘기차’를 비현실적이고 공포스러운 우화로 사용한 것에 반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기차를 진짜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길 바라지만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액션은 판에 박혔고 드라마는 진부하고 감상적인 경향이 있다”라며 “계급분열과 기술지배(테크노크라시)에 대한 사회적인 상징성은 잘 표현됐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일 만큼 설득력이 있거나 일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아니고 이건 TNT의 것”이라며 “이 시리즈는 멍청하게도 ‘열차 수사관’(train detective)이란 간단한 두 단어로 기차가 궤도를 벗어나게 만들었다”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어 “시즌1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비전과 가능한한 가장 멀게 만들어졌다”며 기존에 TNT가 만들었던 드라마들과 드라마 ‘설국열차’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라이어티는 “‘설국열차’는 기형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느껴지는 배경, 그리고 배경과 조화되기 위해 지나치게 지루하고 평범하게 설계된 액션이 대조를 이루도록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라며 “볼만한 결과물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액션의 지루함’에 대해 비판했다.
혹평들에 비해선 다소 두루뭉술한 표현들을 담긴했지만, 드라마 ‘설국열차’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많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견고한 프로덕션 덕분에, 흥미로운 연기와 아찔한 광기가 보이는 몇몇순간이 있다”라며 “‘설국열차’는 즐겨 볼만한 리듬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BBC의 경우 “‘설국열차’는 제작진이 교체되고, 파일럿 버전을 다시 쓰고 촬영하는 등 지난한 프로덕션의 시간을 거쳐 도착했다”며 “하지만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결과물 속에서는 그 같은 혼란이 읽히지 않는다”며 난항을 겪었던 영화의 제작과정과 결과물을 결부시켰다.
가디언도 “완벽하다”라며 “기대고 앉아서 편안하게 시간을 때워라”라며, 인디펜던트 역시 “영화보다 분노는 적지만 비슷한 위트와 상상력, 설정의 명료함이 있다”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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