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계간지 ‘문화/과학’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 등을 계기로 ‘86세대’를 비판적으로 다룬 특집을 올 여름호(102호)에 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특집에 기고한 ‘86세대 지식인의 계급투쟁: 대리 정치와 표상의 독점’에서 최근 ‘조국 수호’에 나선 이 세대 일부 지식인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건 민주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반민주 진영의 음모 따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었다”며 “그럼에도 일부 86세대 지식인은 불평등과 공정성의 문제가 촉발한 조국 비판을 ‘반민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86세대’의 엘리트들은 사실상 지배계급 내 편입을 시도하는 ‘상승 지향’ 세대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글에서 “이 세대가 스스로를 ‘민주화의 상징’ ‘도덕의 대변자’로 여기면서 민중을 대리한다는 자기 기만에 빠진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사무국장은 ‘계급 유지 전략으로서의 교육의 문제: 불평등의 구조화와 86세대’에서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은 한국 교육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소위 ‘86세대’는 자신들이 얻은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자녀 세대에 안정적으로 세습하는 방법으로 공정치 않은 교육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86세대를 동질적 집단으로 규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권력과 부, 정보를 배타적으로 소유한 ‘파워 엘리트 86세대’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김 교수는 기고문 ‘파워 엘리트 86세대의 시민 되기와 촛불민심의 유예’에서 “파워 엘리트 86세대는 IMF 외환위기로 인한 정리해고를 비켜갔고 노동유연화 정책의 집행자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등 시류에 부합해 한국 사회의 상층으로 진입했다”며 “그럼에도 삶의 궤적을 ‘민주주의’로 정당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 세대의 좌절은 촛불 민심을 근거로 헤게모니를 잡은 86세대가 스스로 청산 대상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이번 특집에서는 ‘86세대의 문화 권력과 그 양가성에 대하여’(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대학 고용구조의 양극화와 86세대’(박치현 성균관대 강사), ‘86세대와 여성’(박혜경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의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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