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 ‘부해기’ 확인
유배중인 둘째 큰아버지 정약전 방문
고래 목격 장면 등 생생하게 묘사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유배 중이던 둘째 큰아버지 정약전을 만나기 위해 전남 신안군 흑산도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한 기행일기 ‘부해기(浮海記)’가 발견됐다.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는 다산 집안이 보관하고 있는 책인 ‘유고’ 10책 중 8∼10책에 수록된 정학유의 문집 ‘운포유고’에서 부해기를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부해기에는 흑산도에 이르는 여정, 흑산도 풍경, 주민 생활 등 정학유가 흑산도에 다녀온 1809년 2월 3일부터 3월 24일까지 52일간의 여정이 일기 형식으로 담겼다. 정학유는 형 학연과 함께 다산의 ‘주역심전’을 정리하고 완성하며 다산의 학문 활동을 도왔지만 전해지는 글이 많지 않아 그의 문학세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해기는 정학유의 학문,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 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다산학 연구에 기여할 자료로 평가받는다.
부해기에는 흑산도 여정이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묘사됐다. 흑산도가 보이는 무인도 교맥섬 인근에서 고래를 목격한 장면은 다음과 같이 그렸다.
‘고래 다섯 마리가 나와 노닐며 멀리서 거슬러 왔다. 그중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물을 뿜는데, 그 형세가 마치 흰 무지개 같고, 높이는 백 길 남짓이었다. 처음 입에서 물을 뿜자 물기둥이 하늘 끝까지 떠받치는 것 같았다.’
정학유는 다산의 당부를 받고 흑산도에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약전의 아들 학초가 1807년 17세에 세상을 떠나자 다산은 절망에 빠진 형을 위해 1808년 봄 강진에 온 학유를 다음 해 흑산도로 보냈다. 부해기에 따르면 정학유는 1809년 2월 3일 강진을 출발했다. 이후 정약전을 만나 너럭바위, 소라굴 등 빼어난 경치를 유람하고 정약전의 생일잔치를 치른 뒤 강진으로 돌아왔다.
정 교수는 다산과 정약전 사이에 오간 서간문을 번역해 이번에 확인된 자료와 함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