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세한 크리스토의 예술세계
예술적 동반자 아내 잔클로드와 시드니 해안 절벽-퐁뇌프 다리 등
천으로 뒤덮어 세계를 놀라게 해… 유작 ‘개선문 포장’ 내년 9월 공개
세계적 대지 미술가 그룹 ‘크리스토와 잔클로드’의 크리스토(1935∼2020·사진)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자택에서 별세하자 미술계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토는 그의 부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잔클로드(2009년 사망)와 함께 호주 시드니 해안의 100만 제곱피트 절벽부터 프랑스 파리 퐁뇌프 다리 등을 천으로 감싸 전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스타’였다.
두 사람은 평생 정부 지원금이나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 오직 상상으로 출발한 작품은 토지 소유주부터 지역 주민, 그리고 관련 부처와 협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설치 비용은 작품의 드로잉과 작은 모델을 컬렉터와 미술관에 판매한 대금으로 충당했다. 이 시간은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걸렸다.
대표작 ‘퐁뇌프 포장’(1985년)도 10여 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은 프랑스와 파리시의 협조 요청에 쓰였다. 1980년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의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허락을 기다려야 했다. 두 정치인의 미묘한 경쟁으로 허가가 늦어지자 크리스토는 “프랑스는 여전히 미테랑이 왕인 군주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의 ‘라이히슈타크 포장(1995년)도 수년간 서독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야 실현됐다.
생전 크리스토는 “나의 미학은 과정에 있다”고 했다. 1979년 기획한 미국 센트럴파크의 ‘The Gates’를 2005년 실현한 뒤에는 “이 작품은 수많은 서류 작성과 협상의 지난한 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에서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낸 크리스토를 “미술계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작업실에서 조용히 제작된 뒤 새하얀 갤러리의 벽에서 공개되는 예술의 과정이 때로는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지기도 한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는 이런 예술을 일상에서 가까이 마주하며 당신도 그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따스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1962년 처음 구상해 유작이 된 ‘개선문 포장’은 2021년 9월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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