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서점가…방문객 줄고 온라인 매출 쑥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8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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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2020 상반기 도서동향 분석 발표
모바일 온라인 구매 56.3%, 오프라인(43%) 앞질러
초등학습·아동·다이어트 분야 판매 급증
'바이러스' 과학 서적 및 재테크 도서 인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올 상반기 도서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매출은 온라인에 역전됐고 언택트(Untact) 중심의 생활은 ‘집콕’에 유용한 도서 판매를 이끌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은 주식 등 재테크 도서의 인기로 이어졌다.

교보문고는 8일 이같은 분석 내용을 담은 ‘2020년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을 발표했다.

우선 독자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오프라인 서점 방문객이 급감했다. 서점가에서 마련했던 독서모임과 출판사의 마케팅 활동 등도 일시 정지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으로 비대면 행사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독자층의 감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모바일(33.4%)과 온라인(22.9%)을 통한 구매가 총 56.3%를 차지하면서 오프라인 판매(43.7%)를 뛰어넘었다. 오프라인 판매는 최근 3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긴 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급감 수준이었다. 2017년 56.9%, 2018년 53.9%, 지난해 50.5%에서 올해는 43.7%까지 낮아졌다.

올 상반기 온라인 신규 회원과 장기 미이용 회원의 복귀도 이러한 추세를 입증했다. 신규 회원수는 지난해보다 38.0% 늘었고 1년 동안 로그인이나 구매가 없었던 장기 미이용회원 중 복귀한 회원도 9.9% 늘어 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전국 도서관의 휴관도 장기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집콕생활은 도서 판매 분야도 뒤바꿨다.

개학이 미뤄짐은 물론 학원과 과외까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재 구입이 늘어났다. 초등학습 분야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36.2% 늘고 판매액도 29.6% 증가했다.

아동 분야는 판매권수 22.5%, 판매액 21.4% 늘었고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정생활 분야 도서도 판매권수가 16.2%, 판매액은 14.5% 증가했다.

또 통상 다이어트나 운동·트레이닝 관련 도서는 여름을 겨냥해 5월부터 서서히 판매가 오르기 시작하는 책들인데 올 상반기는 예외였다.

외부 활동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단되다보니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관련 도서들, 집에서 할 수 있는 식단조절 또는 다이어트 레시피 관련 책들의 판매가 4월부터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올 상반기 다이어트 분야는 48.3%, 운동·트레이닝은 38.5%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주식 등 재테크 관련 서적이 약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테크 도서의 약진으로 경제경영 분야 전체 판매가 전년 대비 24.4% 오르는 등 신장세를 보였고 주식·증권 관련 서적의 판매량은 3월 149.7%, 4월 156.3%로 최고조를 기록했다.

경제·경영 분야 인기도서 20위 중 ‘부자’ 또는 ‘부’에 대한 단어가 제목에 포함된 책이 9종에 이를 정도로 부에 대한 관심 역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반면 여행 관련 도서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추세에 따라 올 2월부터 급감했다. 상반기 여행 분야 판매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54.1%를 기록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생활 방역으로 돌아선 5월부터는 국내여행서 중심으로 판매 일변도가 바뀌었다. 해외여행 가이드북은 9위와 10위에 오른 두 종에 불과했고 1위부터 8위까지 모두 국내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가 차지했다.

여행에세이의 인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대리만족하기 위한 욕구가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적으로 올 상반기는 TV프로그램이 도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시기였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데미안’, ‘페스트’, ‘작은 아씨들’, ‘멋진 신세계’ 등 고전 중의 고전 또는 스테디셀러 16종이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 내에 이름을 올리며 역주행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에세이 인기도 이어졌다. 지친 일상에 대한 위로를 주고 나 다운 삶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자는 내용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올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를 살펴보면 이러한 트렌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1위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의 일기를 그린 만화 ‘흔한 남매 3’이 차지해 아동 분야 강세를 입증했다. 2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과 4위 ‘더 해빙’ 등은 부에 대한 관심을, 5위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와 6위 ‘1㎝ 다이빙’, 7위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등은 에세이 인기를 표한다.

8위에 오른 ‘데미안’은 TV프로그램에 소개된 고전의 차트 역주행을 보여줬고 3위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과 9위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는 인문학을 쉽고 부담 없이 접하려는 독자들의 자세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 100위에 오른 도서를 살펴보면 소설(19종), 인문(15종), 경제경영(14종), 에세이(14종), 자기계발서(13종) 등이 인기 분야였다. 또 TV프로그램에서 고전 및 스테디셀러 강독을 맡았던 설민석 강사는 아동, 역사, 인문 분야에서 출간한 책 4종 모두가 베스트셀러 100위 내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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