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에서 아트콜라보사업을 하던 2012년. 예술과 기업이 함께하는 것은 대부분 후원이나 협찬이었고, 그러다보니 대부분 대기업중심이었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예술이란 돈을 퍼주어야하는 부담스런 분야. 여전히 예술은 비싸고 부담스러운 분야.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인 분야였다.
덜컥 코트라와 계약을 하고나서 보니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대상으로만 사업을 추진해야했고, 그 기업들과 예술과의 수평적 관계의 콜라보를 논하기란 사기꾼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대기업들과의 소통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았던 나의 경험은 중소기업 대상의 업무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고, 기업들로부터 나부터가 부담스런 존재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름도 희한한 외제 분위기인데 계속 아트콜라보 라니 이판사판 비호감. 이건 또 무슨 신용어인가 하던 시절. “난 아트는 어렵고 부담스럽고, 콜라보는 뭔말인지 모르겠오, 관심없소” 많은 시행착오 끝에 기업들의 관심과 콜을 받는 길을 찾아냈는데. 바로 명화와 콜라보하는 것이었다.
“반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과 콜라보하자구요? 그렇게 유명한 그림이면 얼마나 비쌀텐데!” “공짜에요 무료라구요. 명화는 유명하다고 그 사용료가 비싼게 아니라 예술가 사후 70년이 넘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료 공짜라는 단어에 눈빛들이 달라졌고, 대화의 거리가 좁혀졌고, 회심의 미소로 표정이 바뀌었다. 횡재하는 표정이랄까. 로또 뽑힌 분위기랄까. 예술이 부담스러운 것이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 거리감에 경외심이 있었던 듯했다. ‘예술은 좋다. 쓸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다. 비쌀줄 알았는데. 무료라니. 안할 이유가 없다. 뭐라도 일단해보겠다’라는 태도들이었다.
명화의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깊다. 역사 속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엄청난 작품들을 다양한 저마다의 인생과 시대와 독창성으로 쏟아냈기에.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춤형으로 찾아 골라쓰면 되는 것이다.
내 경우는 게티이미지코리아사이트를 애용했고, 추천해왔다. 명화이미지코너를 선택 후 반드시 화가나 자품 이름이 아닌 원하는 주제나 소재를 검색어로 넣어도 대단히 방대하게 명화들을 검색해 쏟아내주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 예술가의 생존시기는 사후 70년에 적용되는가는 체크해야한다. 이 사이트를 통해 정보뿐 아니라 인쇄용으로 사용한 좋은 화질의 이미지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예술을 알지 못하는 기업들도, 선입견이 가득했던 기업들도, 별 관심이 없던 기업들도 명화와의 콜라보에 대해선 일단 해보자 식으로 덤벼들었다.
필요한 적절한 명화를 선택해서 명화 전체를 다 쓸 수도 있고, 부분을 트리밍해서 필요부분만 따서 쓸 수도 있고, 혹은 명화 위에 리터치 작업을 해서 변형사용도 가능하고, 명화를 활용한 패러디도 방법도 있고, 명화속에 제품을 삽입해버리는 다양한 활용방식이 있다.
명화에서 영감을 받을 수는 있어도, 개인 취향의 명화가 좋다고 무작정 제품에 적용할 수는 없는 법. 필요한 방향의 명화를 찾는 명화사냥부터 즐겨볼 일이다.
발레슈즈를 연상시키던 여성화에 발레리나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 드가의 작품이 접목되어 명품화시키고, 국제무대서 낯선 생들깨 기름에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 그림을 입혀서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가도록 한다. 헤어 드라이기를 칸딘스키의 선율과 조화가 넘치는 ‘컴포지션’ 명화안에 삽입해서 아름다운 헤어를 연출해낼 것 같은 착시효과를 주고, 다이어트 몸매 보조기에 비너스를 입혀서 시각적 효과를 높혀주기도 한다. 전동맛사지기에 반고흐의 ‘별이빛나는 밤’ 그림속의 회오리치는 하늘 이미지를 담아서 진동하는 기구에서 별빛이 흔들리는 효과로 제품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주고는 등 제품이 지향하는 방향과 고민을 따라 콜라보하는 명화는 해결사이기도하다. 명화가 품고 있는 역사성과 에술가 이야기, 작품속 스토리를 활용하는 덤까지 얻고, 이미지 메이킹에 스토리 텔링까지…. 무료여서 반갑고, 고급져서 고맙고, 문제해결에, 이야기꺼리가 넘치기까지 해주니 감동아닌가.
명화, 그 몸값은 비싸지만 활용은 공짜. 알고보면 명화는 우리에게 참 고마운 역사가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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