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과 영상통화 하며 코로나 뚫고 전시 준비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 열려

전시를 열기 전 작가들과 만날 수 없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를 열기 전 작가들과 만날 수 없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모든 분야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에 따라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국경을 넘어야 하는 국제 기획전은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시아 8개국(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출신 작가 15개 팀이 참가한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전은 한때 무산 위기도 겪었지만 ‘랜선 큐레이팅’과 ‘온라인 개막식’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지난달 2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했다.

‘또 다른…’전은 2017년 시작한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다. 세대나 사회·경제적 계급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으로서 미술관을 제시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당초 개막일은 4월 3일이었지만, 작품 배송과 설치가 이뤄져야 할 3월 모든 일정이 중단됐다.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처음엔 일주일 뒤면 다시 진행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개막일이 네 차례 변경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중국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며 작품 운송도 어려워졌다. 배송료가 당초 예산의 3배로 불어나 ‘플랜B’를 찾아야 했다.

“‘작가와 작품이 오지 못하면 전시를 할 수 없는가’라는 고민 끝에, 작품 제작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작가의 구체적 방향 제시에 따라 한국에서 작품을 구현하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화상 카메라와 마이크로 소통하는 ‘랜선 큐레이팅’을 도입했다. 영상 작품의 경우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받아 매뉴얼대로 전시장에 설치했다. 다만 회화 작품은 전시장에 걸지 못했다.

3월 작가와 전시팀이 모여 갖기로 했던 토론회도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코로나19 상황도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필리핀 작가는 “3주 동안 이동이 금지되어 갖고 있던 음식을 소분해서 먹었다”고 했고, 인도네시아 작가는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접촉 없이 음식을 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한 작가들을 위해 온라인 화상회의 형태의 개막식도 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으로 전시는 다시 문을 닫은 상태. 전시팀은 전시장을 가상현실(VR)로 보여주기 위해 3차원(3D) 스캐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계 프로그램도 대체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박 학예사는 “전시 준비 과정에서 모두가 고립되고 불안하지만 함께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지지를 보냈다”며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 간의 신뢰와 연대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코로나#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랜선 큐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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