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여행하는 일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 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마음이 나이 든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 육체적 나이와는 무관하다. 최근 발간된 만화책 ‘파차마마의 마법’(우리나비)과 ‘토요일의 세계’(창비)는 그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잉카 문명 대지의 여신 이름을 제목에 쓴 ‘파차마마…’의 작가 쇼비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29세 때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떠난 남미 여행기를 수채화로 풀어냈다.
다정한 커플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생각하는 20대 주인공이 처음 접한 대륙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솔직한 경험담이 이어진다. 꾸밈없이 빽빽하게 적어놓은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 무릎이 염려돼 장거리 비행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여행에 대한 호기심도 내려놓은 독자에게 아득한 젊음의 기억을 잠시 돌이키게 해 준다.
‘토요일…’은 만화가 네 팀의 중편을 묶었다. 표제작은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 라일라가 이유 없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사회를 맞닥뜨리며 느낀 바를 담은 자전적 만화다. 작가는 농아학교가 있던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13세 때 아버지의 직장 근처로 이사한 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흉보고 욕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을 견디며 성장했다. 마음속 흉터에 대한 가볍지 않은 회고담을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차분하게 그려냈다.
김소희 작가의 ‘옥상에서 부른 노래’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만든 한 청년의 실화를 재구성했다. 절망에 빠져 혼자 숨어 부르던 노래를 사람들과 함께 부르며 조금씩 스스로를 치유한 청춘의 이야기다. 이동은 정이용 작가의 ‘캠프’, 글피 작가의 ‘전학생은 처음이라’도 청춘과 세상의 미묘한 갈등을 흥미롭게 묘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