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교에는 마치 챔피언을 연상케 하는 펀치를 자랑하는 교사가 한두 명씩 꼭 있었다. 이 중학교에서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의 이름은 주성기, 별명은 ‘펠레’다. 그에게 맞지 않고 졸업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라서 명명된 ‘다 패버릴래’가 ‘다 팰래’를 거쳐 ‘펠레’로 정착한 것이다. 학생들에겐 호환 마마보다 펠레가 더 무섭다.
그날 펠레가 누군가 하나를 잡을 요량으로 청소 상태를 문제 삼으며 주번을 부른다. 주번을 몰아치듯 훈계한 뒤 체벌을 가하려던 순간, 갑자기 다른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이 주번이라고 말한다. 한참 혼나고 있던 아이를 내려다보며 “그럼 넌 뭐야?”라고 펠레가 묻자 하마터면 맞을 뻔한 아이가 울상을 하고 대답한다. “전 구 번인데요.”(‘펠레의 전설’)
‘이야기꾼’ ‘만담가’로 불리는 소설가 성석제 씨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한 원고 중 40편을 선정해 묶어낸 초단편 소설집. 우연히 시작된 보복 운전의 끝에 차를 공터에 세우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위기에 내몰린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오 하필 그곳에), “밖이 개추워요”라는 아이들 말에 “밖에 개가 있어? 개가 왜 춥대?”라고 되묻던 남자가 반려견을 기르면서 얻게 된 여러 가지 ‘개이득’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잔잔하게 풀어낸 이야기(‘진정 난 몰랐었네’) 등 일상에서 출발한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작가 특유의 시원시원한 입담과 유머가 짤막한 콩트 같은 이야기 속에 유쾌하게 버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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