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탓에 답답한 일상
아이들 놀이기구 집에 들이고 베란다서 캠핑존-물놀이까지
“유튜버 설명도 큰 도움 돼요”
와인·위스키 바(Bar)로 꾸민 유미지 씨(33)의 베란다. 취재원 제공
충남 아산시에 사는 주부 서모 씨(33)는 지난달 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위해 아파트 거실 베란다를 놀이터로 꾸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외출을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아이를 위해서다. 서 씨는 베란다 바닥에 잔디 러그를 깔고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과 소형 미끄럼틀, 인디언 텐트를 배치했다. 서 씨는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가 너무 넓은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활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아이가 잘 노는 것을 보니 만족스러워 조만간 안방 베란다도 ‘캠핑 존’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아파트 베란다, 다용도실 등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활용해 답답함을 이겨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집 안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꾸미기는 쉽지 않지만 베란다는 용도를 바꾸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베란다를 텃밭, 카페·와인바, 수영장 등으로 꾸민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원 강릉시에 사는 유미지 씨(33·여)는 최근 이사한 집 베란다를 홈 바(Bar)로 꾸몄다. 평소 좋아하는 위스키와 와인을 집 안에서 편히 즐기기 위해서다. 술집 느낌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 베란다 벽면을 남색 페인트로 칠하고 진열장 등 가구와 조명을 배치했다. 바를 꾸미는 데 든 비용은 300만∼400만 원. 유 씨는 “주변 친구들도 베란다를 아기자기하게 꾸며 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엌에서 술을 마시면 느낌이 나지 않지만 베란다는 문을 열어야 나타나는 별도 공간이라 좀 더 색다른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베란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이도 많아졌다. 6월 초부터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물놀이를 가기 꺼려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수영 풀장 제품의 판매량은 11% 늘었다. 접이식 풀장에 공기를 불어넣는 펌프와 비치볼의 판매량도 각각 19%, 27% 늘었다.
베란다를 텃밭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반려식물 기르기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집밥을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식재료를 위해 채소를 기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베란다 텃밭 세트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다. 채소 모종, 채소 씨앗의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각각 128%, 32% 늘었다.
개그우먼 이국주(34)가 포장마차로 꾸민 베란다에서 음식을 즐기는 모습.
유튜브 캡처텃밭 가꾸기는 중년의 취미로 여겨졌지만 식물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도 많아졌다. 같은 기간 베란다 텃밭 세트를 구입한 20대 남성은 250%, 20대 여성은 356%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베란다 텃밭 꾸미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란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블로그,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베란다 꾸미기 팁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베란다 텃밭에서 고수(향채)를 키우고 싶은데 도와 달라’ ‘베란다에 홈 카페를 만들고 싶은데 바닥재를 추천해 달라’ 등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유튜브에서는 ‘5만 원으로 베란다 홈포차 꾸미기’ ‘안방 베란다 캠핑장으로 꾸미기’ 등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셀프로 베란다를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기업들도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씨앗과 화분, 흙으로 구성된 ‘베란다 텃밭 세트’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채소 씨앗, 흙 3종(배양토·퇴비상토·마사토), 베란다용 화분 등을 1만∼3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조립식 마루, 인조잔디 등 간편하게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바닥재 제품도 인기다.
베란다 공간의 다양한 활용법이 주목받으며 1, 2인 가구도 테라스가 있는 집을 선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푸른봄공인중개사사무소 최정현 실장은 “1인 가구를 위한 테라스 있는 집은 옥탑방인 경우가 많다”며 “옥탑방은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주거 형태지만, 최근에는 테라스 때문에 오히려 이런 집을 찾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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