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코드’ 출판가 바람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5일 03시 00분


후부… 싸이월드… 하루키… 소설-수필 통해 잇달아 추억 소환
문화계 주 소비층 부상 3040세대 ‘우리 이야기’에 열렬한 지지

최근 문학 작품과 에세이 속에서 3040세대를 사로잡는 코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 이지수의 ‘아무튼, 하루키’,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이 든 ‘소설보다 봄 2020’ 표지.
최근 문학 작품과 에세이 속에서 3040세대를 사로잡는 코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 이지수의 ‘아무튼, 하루키’,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이 든 ‘소설보다 봄 2020’ 표지.
“그녀는 나프나프와 에고이스트를 지나, 나는 MLB와 후부를 지나, 우리 모두 클럽모나코쯤으로 왔구나 생각했다.”

최근 출간된 소설가 김봉곤의 단편소설 ‘시절과 기분’ 속 이 문장은 1980년대생에게는 더없는 공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가 시작되며 대학에는 ‘산소학번’(2002년 입학)이니 ‘오존학번’(2003년 입학)이니 하는 별칭이 생겼고 대학가는 이 소설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빙수가게가 점령했다. 하지만 한때 즐겨 입던 소녀 감성 혹은 힙합 느낌의 브랜드가 추억 저편으로 밀려난 것처럼, 이들도 이제는 모던한 해외 브랜드 ‘클럽모나코’로 대변되는 말쑥한 30, 40대가 됐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이처럼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주목받고 있다.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1980년대생이 된 만큼 인기 있는 책에서 ‘80년대생 코드’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출판, 문학 등 문화계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한 1980년대생 역시 당시의 추억, 향수를 적극적으로 환기시키는 ‘우리 이야기’에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일본문학 번역가 이지수 씨가 올 초 펴낸 에세이집 ‘아무튼, 하루키’도 80년대생이 공감할 만한 코드를 ‘하루키 덕질사(史)’ 속에 위트 있게 녹여내 인기다. 학창시절 처음 가입한 ‘H.O.T 팬클럽’이나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반드시 자기 전에 접속했던 싸이월드, 일본 교환학생 시절의 기억 등 비슷한 세대의 추억을 불러내는 공통분모가 다양하다. 작가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곧 3쇄를 찍는다.

‘일의 기쁨과 슬픔’ 등으로 지금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장류진 씨도 80년대생, 2000년대 초반 학번이 사회에 나와 겪은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최근작 ‘펀펀 페스티벌’은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원자들의 치열한 견제와 무리수, 치사함 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80년대생 여성들의 어린 시절 로망이던 ‘방송국 어린이합창단’ 활동이나, “요즘 신입생들은 1학년 때부터 중도(중앙도서관) 간다”는 비아냥거림에 아랑곳 않고 스펙에 도움 안 되는 동아리를 포기한 경험 등 추억 환기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의 올해 문지문학상 후보작이자 ‘이 계절의 소설’로 선정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980년대생 코드#시절과 기분#오존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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