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처럼 미술을 읽다” 수류산방의 ‘김택상 색, 채의 건축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15일 17시 16분


마치 시집을 읽듯, 미술작품을 읽게 하는 책.

좋은 책 잘 만드는 출판사 수류산방이 아주까리 수첩 004권으로 ‘김택상 색, 채의 건축술’을 출간했다. 단색화 전통을 새롭게 잇는 대표화가 김택상의 작품집이다.

1월 서울 리안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색과 빛 사이에서’의 발표작을 중심으로 작업실 풍경과 제작과정, 2019년 웅갤러리 개관전 ‘담색물성’ 출품작 등 근작을 밀도있게 소개했다.

이 시대의 석학 홍가이와 건축·미술평론가 김원식의 평론은 작가론을 넘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양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탁월하고 주체적으로 갈파해낸다.

김택상은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이다. 캔버스에 색을 칠하는 대신 캔버스 천에 색 입자가 오랜 시간동안 스며들거나 침전되게 한다. 작가는 일련의 작품 제목을 ‘숨 빛(Breathing Light’이라 붙인다. 평론가 홍가이는 ‘담화(淡畵)’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극히 얇은 켜의 색깔 층이 지층처럼 쌓여 형성된 그의 작업은 호수의 물빛이나 해질 ¤의 하늘빛처럼 자연의 색감을 닮아있다.

한 작품을 멀고 가까이서 보는 시점과 과정이 섬세하게 중첩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마치 시집을 펼쳐놓고 미술작품을 읽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류산방은 ‘색, 채의 건축술’에서 작가의 고민에 대한 교감에서 출발해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의 새로운 시각을 시도했다. 정면이 아니라 측면, 캔버스의 언저리와 주변부, 얼룩과 외곽을 먼저 포착하고 전달했다.

언저리나 얼룩은 작품의 실수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어쩌면 가장 핵심이 되는 미학적 단서와 기능성을 보유한 원천일지 모른다. 수류산방은 또한 공간 속의 작품을 타입랩스로 촬영해 시간과 빛, 공간에 따라 주변과 조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의 색감과 표정을 기록했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평면회화를 입체적인 오브제로, 하나의 작품을 필름의 시퀀스로 바꾸는 신비로운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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