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수수께끼 같은 작품… 본능따라 연기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영화 ‘사라진 시간’ 주연 조진웅
“정진영 감독 만나자마자 시나리오 직접 썼는지 물어봐”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은 관객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살던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숨진다. 사건을 맡은 경찰 형구(조진웅)는 이 부부의 집 앞마당에서 잠들었다가 깬 이튿날 집과 가족, 직업까지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마을사람들은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았던 집에는 중년 남성이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어떻게든 살아내는 형구의 심리가 처절하게, 때론 서글프게 그려진다.

배우 조진웅(44·사진)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무사 무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악역 김판호, 영화 ‘끝까지 간다’의 뺑소니 목격자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지만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작품은 처음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시나리오의 힘을 믿고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그다음 날 정진영 감독을 만나자마자 ‘시나리오, 본인이 썼어요? 원작, 정말 없어요’라고 물었어요. 어디서 이런 모티브를 얻었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하루아침에 내가 ‘다른’ 사람이 됐다는, 얼핏 보면 말도 안 되지만 묘하게 계속 읽히는 시나리오의 매력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죠.”

하루아침에 사라진 내 과거. 겪어본 적 없고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렵기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을 터. 조진웅은 꼬리를 무는 질문의 사슬을 과감히 끊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살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중국집에서 만나고, 비닐하우스에 불을 질러 살해했던 동네 학부형 해균(정해균)이 멀쩡히 살아있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느껴지는 직관적인 감정에 충실했다.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초적인 본능에 따라 연기했어요. 그런 상황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 감정은 어땠을까만 생각했죠. 계산하기보다 상황 속에 저를 던졌어요.”

영화 사라진 시간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형구는 사라진 과거를 찾으려 하면서도 점차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전의 삶을 못 찾으면 안 살 건가’라는 질문을 남겨요. 때론 미칠 것 같고 눈물도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내딛는 형구의 모습이 현실의 우리와 닮았어요. 힘든 일이 있고 해결책이 없을 때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 거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사라진 시간#주연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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