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누구나 알 만한 럭셔리 패션하우스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가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테고리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면서 패션 전문 브랜드로 인식되던 이들의 주얼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시장을 선도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주얼리 분야에 진지하게 접근하며 투자를 해왔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성장을 기대한다. 이유는 패션하우스가 지니고 있는 디자인 철학이 주얼리에 입혀졌을 때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럭셔리 패션하우스의 매력적인 컬렉션을 소개하려 한다.
처음 소개할 브랜드는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의 주얼리 역사는 전 크리이에티브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로부터 시작했다. 여행과 관련된 여러가지 모티프로 디자인한 참 팔찌로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유산을 주얼리로 구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현재의 루이비통 주얼리는 어떤 모습일까? 루이비통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패턴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1896년 조르주-루이비통이 창조한 별 형태의 아이코닉한 플라워 디자인이 중심이 된 ‘비 블라썸(B Blossom)’ 컬렉션이 바로 그것이다. 루이비통이 여행용 트렁크의 디자인 위조를 막으려 만든 루이비통만의 모노그램 패턴 속 플라워 디자인을 주얼리에 접목시킨 점이 흥미롭다.
루이비통은 새로운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를 통해 이 컬렉션을 새롭게 풀어냈다. 도쿄에서 태어나 뉴욕, 런던 등 다양한 도시에서 성장해온 그녀는 “주얼리는 가치, 캐럿, 사이즈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만큼 유연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주얼리를 바라본다.
그녀가 ‘비 블라썸’ 컬렉션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져온 열쇠는 바로 ‘엠블럼’이다. 강한 자신감을 지닌 사람은 당당하게 본인의 상징을 남긴다는 것에 착안해, 원형의 구 형태의 스탬프 디자인을 바탕으로 루이비통의 플라워 패턴을 재탄생시켰다. 오닉스, 말라카이트, 다이아몬드, 핑크오팔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내기 좋다. 반지가 가장 아이코닉하지만 팔찌, 목걸이도 주목할 만하다.
디올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주얼리 아트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을 통해 디올만의 주얼리를 만들어오고 있다. 화려한 컬러 스톤을 또 다른 컬러 스톤과 함께 세팅하거나 컬러 그러데이션을 입히는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다채로운 발상이 돋보인다. 특히 해골 디자인의 파인 주얼리는 파격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디올이 전통적으로 센스 있는 언어 유희나 짤막한 슬로건을 제품명이나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는 것을 매우 즐긴다. 좋아한다는 뜻의 프랑스어 자도르(J´adore)와 브랜드명 디올을 조합해 자디올(J´Adior)이라는 컬렉션을 만드는 등의 위트가 바로 그것이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 데뷔 컬렉션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문장이 새겨진 티셔츠를 선보인 것도 흥미로웠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디올의 파인 주얼리 컬렉션에서는 ‘위(OUI)’ 컬렉션이 가장 눈에 띈다. 위 컬렉션은 ‘당신과 나(Toi Moi)’, ‘당신을 사랑합니다(Je T´aime)’ 와 같은 문구가 골드컬러 레터로 구현돼 있다.
사랑하는 이의 손가락에 사랑의 메시지를 직접 끼워준다면 어떤 느낌일까? ‘j’나 ‘i’와 같은 작은 글자 속 원형 공간을 놓치지 않고 다이아몬드나 루비로 채워넣는 센스 또한 탁월하다. 문구 속 글자를 나누어 만든 이어링도 사랑스럽고, 목걸이 역시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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