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내 삶 속 동아일보]
<14>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
“헐버트 박사의 자료를 찾다가 동아일보 사설을 보는 순간 눈물이 솟구칠 것 같았습니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70)은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이 감동한 사설은 조선의 독립과 항일운동에 헌신한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사진)의 서거를 추모한 본보 1949년 8월 12일자 ‘헐버트 옹(翁)을 추모함’이다.
이 사설은 “우리는 은인을 잃었다. 아니 애국자를 잃었다. 우리 한국을 사랑하기를 그의 조국을 사랑하는 것보다 못지않게 사랑하였고…”로 시작해 “옹의 일편단심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번영을 통하여 길이 빛날 것이니 평생소원이던 이 땅 흙 속에서 고이 안식하시라”로 끝맺는다.
김 회장은 헐버트 박사의 귀국과 서거, 장례식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2013년 겨울 이 사설이 담긴 신문을 확인했다고 했다. 헐버트 박사가 국빈 자격으로 내한(1949년 7월 29일)한 것을 시작으로, 함께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이준 열사(1859∼1907)의 유족을 만난 일,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이 병원에 입원한 박사를 문병한 일, 서거와 장의(葬儀) 준비 과정, 영결식, 추모 분위기 등이 신문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영결식 기사 제목은 ‘3천만의 애끓는 통곡’이었어요. 구구절절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이더군요.”
김 회장은 당시 동아일보 보도를 모아 2015년 박사 서거 66주기 추모 특집 소책자를 만들고 박사 영전에 헌정했다. 그는 “박사 서거 당시 동아일보는 한국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 듯한 심정으로 국가원수의 별세를 다루듯 박사의 서거 소식을 다뤘다”면서 “내용이 다른 신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상세하고 정확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 한국 회장 등을 지낸 김 회장은 대학 시절 헐버트 박사의 ‘대한제국의 종말’을 읽고 감동받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박사에게 빠져들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발족(1999년)이나 박사의 전기 ‘파란 눈의 한국혼 헐버트’(2010년) 발간 소식 등을 동아일보가 빼놓지 않고 독자에게 전한 것에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62년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에 입학해 선생님의 어깨 너머로 동아일보를 처음 접했다. “그 뒤로 군 복무 3년과 미국 본사 근무 4년을 빼고는 직장과 집에서 평생을 같이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2년에 걸쳐 3·1운동 현장을 취재 보도한 ‘3·1운동 100년 역사의 현장’ 시리즈 등 독립운동 기사를 눈여겨봤다”면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독립유공자를 기억해준 걸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목숨을 위협받는 속에서도 남의 나라 독립을 위해 싸운 외국인에게 우리는 감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도 충분치 않은 듯싶습니다. 동아일보가 이런 외국인 독립유공자를 언제나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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