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기억’ 렌티큘러 소재 사용, 보는 각도 따라 이미지 달라져 인기
누드사철에 잘리고 제목 없기도…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시선 ‘확
굴절 효과를 준 표지, 제목이 없거나 책보다 작은 표지(왼쪽부터) 등 정형화된 형태를 벗어난 다양한 표지 실험이 많아지고 있다. 각 출판사 제공
최근 들어 독특한 효과와 제본, 질감의 표지를 앞세운 책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외형에서부터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해지면서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소설 ‘기억’ 초판을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게 한 굴절 소재) 표지로 제작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인물의 모습이 달라지는 표지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시선을 잡는다. 수많은 전생을 여행하며 자신을 탐색한다는 책의 줄거리를 표지에서부터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이사는 “제작 단가가 10배 가까이 높긴 하지만 예약 판매 첫날 지난해 같은 작가의 신작보다 판매율이 50%나 높았고 초판 6만 부가 거의 소진됐다”며 “독자의 반응과 만족도, 화제성 등에서 투자할 만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누드사철(絲綴)’ 기법도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실로 종이를 묶어 제본하는 유선제본은 보통 양장으로 다시 한 번 덮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제본한 책등이 다 보이도록 노출시킨 형태다. 풀로 제본한 무선제본과 달리 어느 페이지에서도 180도로 잘 펼쳐지고 제작 단가도 일반 책과 비슷한데 눈에 띄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린다.
‘취미는 판화’ ‘귀잡고 병잡고’ 등 여러 책을 누드사철로 펴낸 이연희 그림씨 대표는 “넘겨보기 쉬운 데다 제본한 실끈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옛날 책 같은 독특한 느낌도 들어서인지 요즘 누드사철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펭수 컬러링북’도 누드사철 형태로 만들어졌다.
표지로 책을 모두 덮지 않고 잘라낸 형태도 있고 제목이 사라진 책도 있다.
이미지가 강조된 실험적 문장을 구사하는 이상우 작가의 신작 소설집은 표지에 제목도, 작가 정보도 없다. 책 안에도 목차나 제목이 없는 등 책 구성이 실험적이다. 이 책을 낸 문학과지성사 측은 “내용만이 아니라 책의 실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서 기존 소설책의 전형적 디자인 틀을 벗어나 배치했다”고 말했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곱세크’를 출간한 꿈꾼문고는 표지를 책의 3분의 2 정도에서 잘린 형태로 만들었다. 표지 뒤 색지에 작가 소개를 넣고 본문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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