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쓰는 법]부모님을 위해 사는 90년생 삶이 짠해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03시 00분


‘마카롱 사 먹는 데…’ 쓴 이묵돌 작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는 난데없이 나타난 1990년대생의 ‘언행독해법’을 소개했다. 90년생은 외계인 같은 탐구 대상이다. 그런데 1994년생 이묵돌 작가(26·사진)는 최근 낸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메가스터디북스)에서 이들의 슬픔을 본다.

“‘90년생이 온다’는 1980년대생 저자가 중간관리자로서 90년생을 어떻게 이해할지 분석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특정하기 쉽지 않은 90년생의 공통분모는 감수성, 슬픔에 있지 않을까 했어요.”

18일 서울 종로구 이마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그 슬픔이 부모 세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부모에게 나약한 모습, 패배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 안정적인 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서 1차적으로 슬픔이 느껴져요. 자신이 왜 슬픈지도 몰라요. 인정을 받지 못해서? 취직하지 못해서? 취직할 이유를 알지 못해서? 계속 (회사를) 다닐 이유를 알지 못해서? 복합적이죠.”

슬프게도 이 책에서 90년생은 1970년대생도 학창 시절 느꼈을 중압감을 똑같이 느낀다. 공부다. “다른 건 필요 없고 공부만 잘해.” 부모는 변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이 작가가 사는 동네 근처 서울대에서 열린 축제 포스터 문구는 이랬다. ‘엄마, 서울대 오면 여자친구 생긴다고 했잖아.’

“(90년생은) 대학 졸업할 때쯤 돌아보면 그동안 부모에게서 투자받은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이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하는 강박이 있어요. 생존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빨리 취직하고는 ‘내가 생각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하면서 늘 퇴사를 생각해요. 방향성은 없는데 어른은 돼 버린 거죠.”

90년생이 성인이 될 무렵 한국 사회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도드라졌다. 이 작가는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도, 실패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실은 실패할까봐, 실패감에서 헤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라는 것.

“(그래서) 직장에서 ‘일을 왜 이렇게 했느냐’는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무능력한 인간이야’ 실망하거나 ‘나는 완벽한데 회사가, 시스템이 잘못이야’라고 감정적인 대처를 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금이 가면 안 되니까, 그러면 견딜 수 없으니까.”

땀 흘려서 뭔가 이루기는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행복한 삶처럼 ‘남들한테’는 보여야 하니 짠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어’ 그런 것을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개수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슬픔을 저희 세대가 많이 느낍니다.”

소설에 나올 법한 어려운 환경에서 큰 이 작가는 “중고교 때 몇 번 백일장 상 탄 것을 살려서 인터넷에 취미 삼아 썼다가 정말 잘 얻어 걸렸다”면서 책을 10권 쓴 경력을 겸손해했지만 문장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이묵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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