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전쟁 예측, 늘 맞지는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4일 03시 00분


◇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 지음·조행복 옮김/560쪽·2만8000원·비즈니스북스

핵무장 시대가 열린 뒤 초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줄었지만 종교나 자원 갈등이 국지전을 넘어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핵무장 시대가 열린 뒤 초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줄었지만 종교나 자원 갈등이 국지전을 넘어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드론과 로봇을 동원한 공격, 중성자탄으로 적(敵) 통신 초토화, 레이저로 적군 태워버리기. 그런 내용을 상상했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19세기 이래 사람들은 다음 세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내다보았으며’ ‘그 상상들이 실제 전쟁과 어떻게 관련되었는가’이다. ‘다음 전쟁의 전망들에 대한 역사’라 할 만하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전 유럽의 전쟁은 하루가 넘지 않는 전투 하나씩의 승패에 좌우되었다. 패배한 쪽은 바로 강화에 응했다. 전쟁이 ‘남자에게 인격 도야의 장’으로 치부되던 시대였다.

1898년 폴란드인 블로흐는 ‘미래의 전쟁에서 삽은 총만큼이나 없어선 안 될 물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은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의 참호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이 전쟁이 끝난 뒤 주목받은 대상은 비행기였다. 작가 조지 웰스는 1921년 쓴 ‘공중전’에서 ‘비행기로 전쟁의 성격은 바뀐다. 이제 전쟁은 전선이 아니라 구역의 일이 된다. 승자도 패자도 최악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썼다. 같은 해 이탈리아인 두에트가 쓴 ‘제공권’도 ‘비행기는 전투를 적의 심장부로 곧장 끌고 가며, 공격받은 국가의 정부는 민간인들의 압력으로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 전망은 들어맞지 않았다. 1940년 독일군의 대승은 육상 진군이라는 고전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의 양상은 1935년 독일 장군 루덴도르프가 ‘승리는 정신으로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었다.

웰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도 먼저 내다봤다. 그는 1914년 쓴 ‘세상의 해방’에서 원자폭탄이 대도시 200개를 파괴한 뒤 인류가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후 아랍,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 전쟁은 이어졌다.

인류의 파멸을 우려하게 했던 동서 대결은 소련의 자연 소멸로 끝났지만 다른 전쟁의 양상이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의 토착민들이 초강대국에 맞서 싸웠고 정복자는 괴로움에 시달렸다. 반군의 목표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인내심과 지역민의 신뢰를 잃게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전쟁은? 저자는 일관되게 ‘전쟁의 미래 예측은 어려우며 성과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여러 전망이 이후의 전쟁에 영향을 미쳤지만 ‘맞혔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미래의 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계의 해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전쟁과 평화, 군대와 민간, 정규군과 비정규군, 국가와 비국가 집단, 정의와 범죄 사이 경계의 해체다. 심지어 한 쪽의 승리나 종식도 정의하기 힘든 ‘미지근한’ 전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예언을 피하는 저자가 드물게 자신 있는 투로 내놓은 한마디에 마음이 쓰인다. ‘아시아는 지역 정치의 복잡성과 결합할 때 미래 강대국 전쟁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제 ‘The Future of War: a History’(2017).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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