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강렬한 추상회화 최욱경 작품 3점, 파리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03시 00분


내년 퐁피두센터 ‘추상속 여성’전
전세계 작가 112명중에 포함

최욱경의 ‘무제’(1966년, 캔버스에 유채, 185×121cm). 국제갤러리 제공
최욱경의 ‘무제’(1966년, 캔버스에 유채, 185×121cm). 국제갤러리 제공
‘한때에/나의 이름은/낯설은 얼굴들 중에서/말을 잊어버린 ‘벙어리 아이’였습니다./타향에서 이별이 가져다주는/기약 없을 해후의/슬픔을 맛 본 채/성난 짐승들의 동물원에서/무지개꿈 쫓다가/‘길 잃은 아이’였습니다.’(최욱경의 시 ‘나의 이름은’)

1970년대 강렬한 추상 회화로 국내 화단에 깜짝 등장했던 미술가 최욱경(1940∼1985)의 작품이 내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주로 체류하던 미국에서는 아시아 여성으로, 국전 중심의 보수적 국내 화단에서는 이방인으로 여겨지곤 하던 최욱경. 스스로를 ‘이름 없는 아이’로 칭했던 그의 작품이 조금씩 걸맞은 이름을 찾아가고 있다.

6일 미술계에 따르면 최욱경의 작품은 내년 5월 5일∼9월 6일 열리는 퐁피두센터의 ‘Women in Abstraction(추상 속 여성)전’에 포함됐다. 전 세계 작가 112명의 작품 4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로 그의 색채 추상 3점이 전시된다. 퐁피두센터 이후에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순회전(2021년 10월 22일∼2022년 2월 27일)을 연다.

이번 퐁피두센터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의 ‘미술사 다시 보기’ 열풍에 발맞춰 백인 남성 중심의 기존 미술사를 벗어나 여성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미국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린 ‘힐마 아프 클린트’전은 60만 명이 찾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전시에도 클린트를 비롯해 루이스 부르주아, 바버라 헵워스 등 여성 거장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틴 마셀 수석 큐레이터는 “기존의 많은 전시가 추상 예술에서 여성의 역할을 축소해 왔다”며 “부당하게 가려진 여성들의 작품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욱경 작가#추상속 여성전#추상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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