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천국인 프랑스에는 요리가 워낙 다양합니다. 그중 가장 일반적이고 흔히 먹는 샐러드가 살라드 니수아즈(Salade Ni¤oise), 즉 니스식 샐러드입니다. 대중적 샐러드는 집집마다 고유의 요리법이 있지만 공통되는 특징은 단순한 음식이니만큼 재료에 있습니다. 토마토, 삶은 계란, 올리브와 안초비가 들어가고 올리브오일로 드레싱을 합니다. 근래에는 많은 레스토랑에서 안초비 대신 참치를 쓰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좀 더 저렴하고, 좀 더 심심하겠죠.
그래도 안초비가 안 들어가면 왠지 지중해식 같지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통적인 니스식 샐러드는 익힌 채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채소를 이용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건강한 식탁을 차리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죠. 프로방스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 그대로라고나 할까요. 그 대신 계절에 따라 다양한 채소와 허브를 사용합니다. 샐러드에 핵심적인 변화를 줄 소스는 레몬과 올리브오일을 주로 사용하는데 원칙적으로 식초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것이 최고’라고는 하지만 레시피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날것인지라 셰프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손길을 가미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기 마련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라씨에트(L‘assiette)’의 김성모 셰프는 재료 자체의 느낌과 물성(物性)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성을 담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의 니스식 샐러드를 선보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코브샐러드(Cobb salad)와 비슷한 ‘재료병치식’ 데커레이션인데 구성이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렌지 드레싱을 곁들인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블랙과 그린 올리브, 구운 연어, 계란 그리고 남(南)프랑스 내음이 물씬 풍기는 타프나드가 얹혀서 나옵니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데쳤지만 날것의 질감은 잘 살아있습니다.
함께 드실 와인으로 오렌지 드레싱과 잘 어울리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알레그리니 소아베를 추천합니다. 프렌치 하면 느끼하고 무거운 요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던한 프렌치는 니스식 샐러드와 마찬가지로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맛도 맛이지만 ‘양이 많다’는 것입니다. 맛보다 양 때문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싫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만 이 집 요리는 결코 양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다 주문하지 말고 조금씩 드시면서 주문하길 권해드립니다. 문어 오일 파스타와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통오리 콩피도 추천해드립니다. 런치와 디너의 음식값이 살짝 다릅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 라씨에트=서울 서초구 서래로6길6, 니스식 샐러드 2만8000원, 비스크 소스 파스타 2만8000원, 문어 오일 파스타 3만3000원, 안심 스테이크 5만5000원, 통오리 콩피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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