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찾은 서울 서초구 오아시스레코드 사옥 창고는 사실상 박물관 수장고였다. 세월의 향취를 켜켜이 품고 묵직하게 도열한 1만여 개의 아날로그 릴테이프들….
서가에 꽂힌 릴테이프는 하나하나 문화유산이다. 나훈아의 첫 녹음 ‘내 사랑’(1968년), 민간 음반사 최초의 12인치 LP로 제작된 김치캣의 ‘검은 상처의 부루-스’(1963년), 희대의 작곡가 박춘석(1930∼2010)의 경음악 등이 당시 스튜디오에서 완성한 그대로 지름 약 18cm, 또는 25cm짜리 원 모양 아날로그 릴테이프에 담겨 있다.
‘1963.5.10.’
테이프 케이스의 곡목, 가수, 작곡가 이름이 선뜻하게 눈에 들어왔다. 막 녹음을 마친 따끈따끈한 릴테이프 케이스 위로 당시 오아시스 문예부 직원이 꾹꾹 눌러썼을 파란 잉크…. 가요, 경음악, 국악, 불경, 교과서 녹음 등 장르도 가지가지. 이곳은 우주에 유일무이한 원본이자 진본의 성전(聖殿)이다. 2015년부터 모든 릴테이프를 꺼내 전곡을 들으며 작업한 이훈희 오아시스레코드 엔지니어는 “하루 8시간 꼬박 작업해야 앨범 한 장 남짓의 분량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고 했다. 1960년대 이전 테이프는 일부 산화돼 작업할 때마다 아슬아슬, 진땀을 빼기도 한다.
목록화가 안 된 채 쌓여있던 릴테이프를 꺼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발견이 계속됐다. ‘키보이스’의 데뷔 앨범과 함께 한국 록 밴드 음반의 효시로 꼽히는 ‘에드훠(Add4)’의 ‘비속의 여인’도 그중 하나. 원래 발매사는 ‘LKL레코드’이지만 오아시스로 마스터테이프가 넘어온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릴테이프 녹음으로만 존재하는 미공개 음악도 수두룩하다. 나훈아의 히트곡을 같은 연주 위로 나훈아, 남진, 윤항기가 시험적으로 각각 부른 릴테이프도 있다. 김용욱 대표는 “1960, 70년대 한국 최고 연주자들의 녹음이 해외에 알려져 외국 힙합 곡에 샘플링되는 등 케이팝의 진짜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많이 벌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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