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 “블레이드 러너 마지막 대사, 배우 룻거 하우어가 직접 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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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의 SF이야기’서 밝혀

“나는 너희 인간들이 결코 믿지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성운 언저리에서 불타 침몰하던 전함, 탄호이저 기지의 암흑 속에 번뜩이던 섬광. 그 모든 것이 곧,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SF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1982년)의 절정인 옥상 결투 장면에서 리플리컨트(복제인간) 로이(룻거 하우어)의 마지막 대사다. 로이는 리플리컨트 사냥꾼인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살려준 뒤 이 명대사를 읊고는 ‘작동’을 멈춘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최근 출간된 ‘제임스 카메론의 SF이야기’(아트앤아트피플)에서 이 대사를 하우어가 직접 썼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광들만 알고 있던 뒷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스콧은 마지막 촬영 전날 오전 1시 하우어가 트레일러로 자신을 불러 “대사를 좀 써봤어요” 하고 말을 건넸다. 각본상 대사는 “죽을 시간이야”였다. 하우어가 직접 쓴 대사를 읽어줄 때 스콧은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나가서 한 시간 만에 그 장면을 찍었어요. 마지막에 룻거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죽을 시간이야’라고 말한 뒤 손에 들고 있던 비둘기를 놓아 버리죠.”

스콧 감독을 인터뷰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그 장면은 (수명 4년의 복제인간) 로이에게 영혼과 완전한 지각이 있다는 걸 말한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미국 제작사 AMC의 6부작 TV다큐멘터리 내용을 담았다.

‘아바타’의 캐머런 감독이 스콧 감독 및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커스, 크리스토퍼 놀런,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거장들,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SF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필버그와 루커스는 역설적으로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필버그는 “영화 ‘ET’는 원래 부모님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털어놓는다. 외계생명체, 우주, 시간여행, 괴물 등을 주제로 SF 전문가 6명의 에세이도 수록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블레이드 러너#sf영화#리들리 스콧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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