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휴가철이면 기를 쓰고 나가던 해외여행이 멈추었다. 어디 휴가뿐인가. 비즈니스를 위한 해외 출장조차도 취소되고 화상회의로 바뀌었다. 코로나 19가 바꾼 세상풍경이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니 지난해와 극명하게 달라진 변화를 실감한다. 아파트 베란다는 유행처럼 번진 확장공사로 가구가 자리잡고 있다. 한쪽 방에서는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다른 방에서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한다. 식구들 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차려주느라 살림 일거리가 늘어나 버렸다. 방학을 맞는 학생이나 직장인보다, 주부에게 휴가가 절실한 판이다.
해외는 못간다. 아니 안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콕만 할 수는 없는 법.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니며 갑갑한 스트레스를 해소 중이다. 캠핑족도 늘어났지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요즘 핫한 휴가코드가 ‘호캉스’!. 호텔로 가는 휴가다.
요즘 호텔들은 바캉스족들을 끌기 위해 콜라보 경쟁을 벌인다. 호텔이 굳이 왜 콜라보를 하는가? 호텔이 단순히 잠자거나 식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특화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휴가철 바캉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호텔의 어원은 ‘심신을 회복한다’는 뜻의 라틴어 ‘호스피탈레(hospitale)’에서 유래했다. 심신을 회복하고자 하는 휴가의 목적과 맞물려 있기도하다. 요즘엔 심신회복의 기능에 더해 다양한 눈요기와 체험이 추가로 동원돼 호객 경쟁을 벌인다.
등급이 높은 호텔일수록 비지니스나 데이트 코스보다 가족 휴가 소비율이 높다. 가족 휴가지 선택의 주도권은 주부가 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호텔들은 좀더 럭셔리하게 여성들의 취향에 맞춰줄 복합문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또한 육아에 지친 주부들을 대신해줄 키즈 프로그램도 크게 강화시키고 있다.
호텔의 룸은 고급가구와 디자인 체험장이 됐고, 더 나아가서 전시, 공연, 포럼, 경매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 컨텐츠를 첨부해나가고 있다. 2008년 시작된 ‘호텔 아트페어’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트페어는 조용하고 비밀스런 투숙객들을 유치할 목적이었다면 하지 말아야할 행사이다. 호텔 건물의 방마다 유명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사람들은 수십개의 방들을 들락거리며 그림을 구경하고 수다를 떨고 구매를 이어갔다. 호텔에 와서 전시도 보고 차도 한잔 마시고, 비록 투숙까지는 못했지만 심신힐링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기간동안은 호텔 엘리베이터가 마비돼 사실상 투숙객들의 불평을 듣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호텔들은 앞다퉈 아트페어 유치를 희망했다고 한다. 왜? 호텔을 고급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까.
호텔이 아트를 활용한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시즌이면 특별한 공연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서 무료제공을 장담하며 호캉스를 유혹했고, 2019년 ‘씨마크 페스티벌’처럼 호텔이 아예 축제의 주최자가 되는 현상까지 생겼다.
호텔 콜라보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아트칵테일, 유명 쉐프 스페셜 특선요리, 디저트, 와인, 맥주, 초코렛 등등…. 롯데호텔은 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와 콜라보한 그림같은 여름 디저트를 출시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은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Fresh)’와 ‘프레시 서머 애프터 눈 티’ 콜라보를 선보였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는 제주맥주와의 콜라보로 ‘서울시 제주도 패키지’, 도심 속 야외 피크닉을 제공하겠다는 ‘테라스 피크닉세트’로 과감한 이종결합 콜라보를 제시한다. 레스케이프호텔은 스타벅스와의 콜라보 ‘서머 에디션 시티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스타벅스 스틱 커피를 활용해 무알콜 칵테일을 자체개발하고, 스타벅스의 서머 캠핑체어를 제공하는 등 독보적인 이색체험을 제공한다.
여름철 맞아 호텔의 빙수 콜라보 전쟁도 치열하다. 가히 예술수준으로 ‘아트빙수’라고 불릴만하다. 그랜드인터켄티넨탈서울파르나스 호텔은 덴마크 왕실 도자기 로얄코펜하겐과 ‘레트로 쑥빙수’를 내놓았다. 서울신라호텔은 ‘제주산 애플망고 빙수’를 선보였고, 롯데호텔제주는 ‘로망(로즈+망고) 프라페 빙수’에 이어 제주의 한라산을 형상화한 ‘백년초 빙수’를 출시했다. 힐튼부산은 미니 애플수박을 통째로 그릇삼아 수박씨는 초콜릿으로 토핑을 한 ‘수박 빙수’를 선보였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흑임자빙수’ ‘코코넛 에스프레소 빙수’ 등 신선한 이종결합의 새로움을 내걸었다.
호텔은 또한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의 콜라보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파고 든다. 특정 브랜드의 그릇, 이불, 화장품, 욕조제품, 맛사지기, 수영복 등의 제품들과의 콜라보로 호텔로 가야만 하는 이유들을 속속 제공 중이다. ‘한정판매’ 이벤트는 기본 전제조건이다. 지금, 이 때가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기회라며 투숙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서울신라호텔은 고급수영복 ‘빌보콰(VILEBREQUIN)’와의 콜라보 패키지 100객실 한정수량을 내걸었다. 잡화브랜드 ‘피브레노(FIBRENO)’와의 콜라보로 단독 상품 서머백을 제공하는 ‘컬러풀 저니’ 패키지를 선보이는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여성잡화 브랜드 ‘로우로우 (ROWROW)’와 ‘얼리 서머’패키지를 선보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바비캐릭터와 콜라보한 ‘포에버 바비’ 패키지를 선보이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 코스메틱 브랜드 ‘제이준(JAYJUN)’과 콜라보한 ‘히든 발리’ 패키지를 내건 히든클리프 호텔,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와의 콜라보 패키지를 내건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 어린이 화장품 브랜드 ‘슈슈앤쎄시(ShuShu & Sassy)’와의 콜라보 ‘스위트 포 키즈’ 패키지를 선보이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콜라보는 네이밍도 중요하다. 패키지 상품의 콜라보 이름 짓기는 새로움을 주기 위한 유혹이다. 라카이청계산 호텔은 가족고객을 위한 ‘서머 어웨이’, 커플고객을 위한 ‘서머 톡톡’, 버스킹 공연과 함께 즐기는 ‘서머나잇 라이프’ 3종을 내걸었다.
사람들은 휴가철이면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늘 새로운 것 남다른 것을 욕망하지만, 남이 모르거나 알아주지 않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남들도 하는,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 알아봐 줄 소비를 욕망한다. 그래서 콜라보 패키지는 남들이 알아주는 브랜드여야하고, 그 브랜드들의 패키지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 ‘좋아요’ 가 쏟아질 그림같은 이미지를 선사해줄 곳이어야 한다.
인간은 늘 새로움을 욕망한다. 그것이 창조의 본능이고 창의적 존재로서의 증거다. 심신회복은 단지 휴식이 아니라 새로움을 체험하고 만족하면서 채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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