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했던 신라 황룡사, 증강현실로 복원됐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2일 11시 20분


통일신라 시기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 VR 기술로 디지털 복원

이제껏 본 적 없는 전성기 황룡사의 모습을 실제처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금은 터로만 남아있는 황룡사의 일부를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고 22일 밝혔다. 건물을 구성하는 부재를 하나하나 만들어 세부사항을 자세히 표현하고, 실제 건축물 크기로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증강현실로 복원한 것은 황룡사가 최초다.

지난해 ‘돈의문’이 처음 디지털로 복원된 바 있다. 하지만 ‘돈의문’의 디지털 복원물은 복원 건축물 앞에 사람이 있어도 건축물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 원근감이 무시됐다.

이에 반해 이번 복원은 체험자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최대한 살려 현실감을 더했다. 시간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하고 재질을 다양화해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황룡사를 실제로 거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마커인식과 카메라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 건물이 정확한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위치정합성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마커인식은 마커(컴퓨터 비전 기술로 인식하기 쉬운 임의의 물체)를 이용해 상대적 좌표를 추출하고 가상영상을 실제영상에 합성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번에 디지털 복원을 마친 부분은 황룡사가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통일신라 시기의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이다. 황룡사의 가람배치는 크게 남문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에 ‘남회랑’이 이어져 있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이고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다.

황룡사는 553년(신라 진흥왕 14년) 창건을 시작한 이후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해 신라 최대의 사찰이 됐다. 하지만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골 침입으로 소실돼 현재는 ‘경주 황룡사지(사적 제6호)’라는 이름으로 그 터만 남았다. 9층의 목탑은 645년(신라 선덕여왕 14년)에 건립됐다.
황룡사 중문과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황룡사 복원 심화연구의 일환이다. 이번 중문과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 1차로 완성한 제작물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완한 결과다.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건물의 네 면에 모두 지붕이 있는 형태) 지붕 형태와 1층 규모의 맞배지붕(책을 엎어놓은 지붕 형태) 형태 두 가지 모습으로 구현했다. 남회랑도 중문에 맞춰 2가지 형태로 만들었다.

이번 복원으로 앞으로 황룡사지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대여한 태블릿PC를 이용해 중문과 남회랑에 직접 들어가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활용한 보물찾기 ▲발굴유적 관람 ▲4계절 배경 적용 ▲건물 확대보기 ▲황룡사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과 전자우편 전송서비스 ▲건축과정의 애니메이션 영상 ▲건축부재 설명 등을 접할 수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이루어진 ‘황룡사 중문 및 남회랑’의 디지털 복원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건축유적을 실물복원과 마찬가지로 유적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고대 건축유적의 실물복원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을, 추후에는 강당과 목탑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