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마지막 작품 그린 장소 130년만에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03시 00분


숨지기 직전 그린 ‘나무뿌리들’… 고흐가 머문 파리 인근이 배경
봉쇄령으로 집에 있던 미술사학자, 우연히 엽서 속 실제 장소 발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나무뿌리들’의 실제 배경 장소가 130년만에 발견됐다(위쪽 사진). 이 작품의 배경이 된 프랑스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 도비니 거리 37번지의 사진을 담은 엽서. 사진 출처 반 고흐 연구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나무뿌리들’의 실제 배경 장소가 130년만에 발견됐다(위쪽 사진). 이 작품의 배경이 된 프랑스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 도비니 거리 37번지의 사진을 담은 엽서. 사진 출처 반 고흐 연구소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세상을 뜨기 전 그린 마지막 작품인 ‘나무뿌리들’의 실제 배경 장소가 130년 만에 발견됐다.

반 고흐 연구소는 28일(현지 시간) 고흐 마을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70일간 머문 ‘라부 여관’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장소가 ‘나무뿌리들’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고흐 사망 130주기를 하루 앞둔 날이다.

오베르쉬르우아즈는 고흐가 생의 막바지였던 1890년 5월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로 정신질환이 악화돼 요양차 안착한 마을로 유명하다. 그는 주변 밭을 보고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비롯해 사망 전까지 70일간 시청, 교회 등 마을 풍경을 70여 점의 그림으로 남겼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 고흐의 유명한 그림 속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이자 미완의 작품인 ‘나무뿌리들’은 배경 장소를 찾지 못해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었다. 나무뿌리의 모습을 다양한 색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그림만 보고는 어떤 지점을 보고 그렸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반 고흐 연구소 소속 미술사학자인 바우터르 판더르페인 박사는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봉쇄령이 내려지자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자택에 머물렀다. 그런 가운데 그는 책상 위 우편엽서를 보다가 이 중 1905년 오베르쉬르우아즈의 도비니 거리 37번지의 사진을 담은 엽서 속 산비탈과 나무들이 고흐의 ‘나무뿌리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미술관 연구원들은 그림과 엽서, 실제 산비탈을 비교해 타당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더르페인 박사 자신도 5월 해당 장소를 찾아 검증을 마쳤다.

이날 간담회에는 반 고흐 미술관 관계자들뿐 아니라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증손자 빌럼 반 고흐가 참석해 고흐의 마지막 작품 장소를 찾았다. BBC는 “일각에서는 ‘까마귀 나는 밀밭’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등 고흐의 최후 작품을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며 “동생 테오의 처남 안드리스 봉어르의 편지에는 ‘죽는 날 고흐가 아침 햇빛과 생명으로 가득 찬 숲 풍경을 그렸다’는 묘사가 나와 ‘나무뿌리들’이 고흐의 마지막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빈센트 반 고흐#나무뿌리들#실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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