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가볼 만한 동네책방 8곳
속초-제주-통영-완도…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책방들
개성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서 작은 위안 얻어 가기를
2015년 이후 많은 동네책방이 생겨났다. 서울 인천 부산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완도 통영 속초에도 어김없이 동네책방이 있다. 나는 낯선 여행지에 가면 꼭 동네책방을 찾아본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야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강릉에 가면 경포대를 찾고, 속초에 가면 중앙시장에서 닭강정을 먹고, 순천에서는 순천만 습지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일 수 있다.
하지만 낯선 지역 어딘가에 숨은 듯 자리 잡은 동네책방을 찾아가는 일은 여행을 좀 더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대개 동네책방은 중심에서 떨어진 원(原)도심 골목 안에 있다. 자연스레 책방을 찾는 여정은 고즈넉한 발걸음으로 시작된다.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충만한 시간을 가져볼 기회가 돼준다. 여행지에서 돌아와도 그곳의 책방을 떠올리며 작은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먼저 소개할 곳은 강원 속초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뒤 지붕이 낮은 주택가 골목길에는 하얗게 회칠을 한 ‘완벽한 날들’이 있다. 서울에 살다 고향으로 내려온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책방으로 1층에서는 책과 커피를 즐길 수 있고, 2층에서는 북스테이(Book Stay·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것)가 가능하다. 조금만 걸어가면 동명항, 영금정, 등대해변까지 이어진 해안가를 산책할 수 있다. 속초는 책방 투어가 가능한 도시로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도 둘러보길 권한다.
제주 역시 책방이 많다. 무려 36곳이나 있으니 여행 중 가까운 책방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도 한 곳을 꼽는다면 제주 한림 ‘소리소문’을 추천한다. 서점인으로 오래 일한 정도선 대표가 오래된 제주 돌집을 개조해 책방 문을 열었다. 조용한 마을에 자리 잡은 서점의 정취도 남다르고 정 대표가 큐레이션한 책도 알차다. 고즈넉한 책방여행을 꿈꾼다면 제격이다.
부산 기장 ‘이터널 저니’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책방이다. 규모가 큰 휴양지 안에 자리를 잡았지만 인문교양서의 큐레이션이 단단하고 충실하다. 종이책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책방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면, 책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만끽하고 싶다면 가볼 만하다.
경남 통영 ‘봄날의 책방’은 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통영에서 출판사 ‘남해의 봄날’을 시작한 정은영 대표가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해 책방으로 꾸몄다. 통영 출신 문인, 예술가 방을 별도로 꾸며놓았고, 옆에 ‘전혁림미술관’도 있어 통영의 예술적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순천만 습지나 국가정원 등 볼거리가 풍부한 전남 순천에 간다면 ‘책방심다’도 들러보자. 순천역 가까운 동천 부근에 있어 도착과 출발 전후로 잠시 짬 내어 갈 수 있다. 독립출판물과 그림책이 풍부하다.
강원 원주 치악산이나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뮤지엄 산’을 방문한다면 ‘스몰굿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책방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원주시 외곽 신흥 주택지에 있지만 문을 연 순간부터 감탄사가 쏟아진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어여쁜 곳이다.
전북 군산은 근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행지다. 일정에 ‘마리서사’를 포함해도 좋다. 일본식 옛 가옥을 책방으로 꾸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군산 골목길을 거닐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힐링 포인트가 되어줄 테다.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이자 인구 5만여 명이 거주하는 완도에도 ‘완도살롱’이라는 칵테일 바를 겸한 책방이 있다. 완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이자 커뮤니티 공간이다.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로컬에 스며든 동네책방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휴가지에서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귀띔한다. 바로 그곳의 동네책방에서 책 한 권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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