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대표 “될성부른 떡잎, 눈빛 보면 보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03시 00분


[엔터 View]‘앤드마크’ 권오현 대표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무실에서 권오현 대표가 매니지먼트를 소재로 한 영화 ‘머니볼’ ‘제리 맥과이어’,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 포스터 앞에 섰다. 권 대표는 “앤드마크의 특허는 소통능력이다. 배우, 직원들과 시나리오, 캐스팅 등 업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무실에서 권오현 대표가 매니지먼트를 소재로 한 영화 ‘머니볼’ ‘제리 맥과이어’,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 포스터 앞에 섰다. 권 대표는 “앤드마크의 특허는 소통능력이다. 배우, 직원들과 시나리오, 캐스팅 등 업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배우 매니지먼트사에는 숙명과 같은 책임이 따른다. 다름 아닌 신인 발굴이다. 연기력이 입증된 기성 배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체계적 시스템’의 영역이라면 신인의 잠재력을 읽어 스타로 키워내는 것은 ‘동물적 감각’의 영역이다.》

단편영화 한두 편의 필모그래피, 때로는 사뭇 평범해 보이는 얼굴에서 가능성을 발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매니지먼트사 ‘앤드마크’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영화 ‘마녀’의 ‘자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를 연기한 김다미, ‘미성년’의 ‘주리’, 넷플릭스 ‘킹덤’의 중전을 연기한 김혜준은 앤드마크의 권오현 대표(39)가 발굴한 원석이기 때문. 김다미와 김혜준은 각각 마녀와 미성년으로 2018년과 2019년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한 소속사에서 2년 연속 신인여우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은 앤드마크가 유일하다.

현재 앤드마크에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박진주 장영남 하연수 등 9명의 배우가 소속돼 있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신인 발굴은 외과의사와 비슷해요. 의사들 사이에서 진정한 의사로 인정받지만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는 게 공통점이죠.”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무실에서 지난달 21일 만난 권 대표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2003년 이병헌의 소속사였던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에 매니저로 입사한 그는 팬텀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를 거치며 김민희 한효주의 매니저를 맡았다. 매니저 13년 차에 접어든 2015년 ‘직접 신인을 키우고 싶다’는 갈증으로 ‘매니지먼트AND’를 세웠다.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다.

“기존에 몸담은 곳들은 기성 배우들을 영입해 톱스타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어요. 신인 단계부터 제 색을 입히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죠. 매니지먼트사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색깔대로 가는 성격이 강하거든요.”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 쇼박스 제공
영화 ‘마녀‘의 김다미. 위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녀‘의 김다미. 위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김다미와 김혜준을 발굴하며 2연타 홈런을 친 그가 배우를 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뭘까. 그는 주저 없이 눈빛이라고 답한다.

“중요한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한 신인이 있는데 보러 오라”는 마녀의 박훈정 감독 소개로 김다미와 첫 미팅을 했을 때나, ‘SNL코리아’에 출연 중이던 김혜준을 이원석 감독 소개로 만났을 때 권 대표를 단번에 사로잡은 건 두 배우의 눈빛이었다.

“다미가 2시간 동안의 미팅에서 한 말은 ‘좋아요’ ‘괜찮아요’ 정도가 다였어요. 한데 눈에서 뿜어내는 ‘룩(Look)’은 강렬했죠. 순식간에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정말 드물기에 만난 지 두 번째 만에 계약서를 썼어요. 혜준이도 끝이 살아있는 독특한 눈에 끌렸어요. 슬픈 얼굴과 사연 없는 건강한 얼굴이 모두 담겨 있었죠.”

다이아몬드가 아닌 원석을 고르기에 발굴만큼 ‘세공’도 중요하다. 계약 전 반드시 부모와 만나 회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부모를 통해 배우의 치부부터 강점까지 파악한다. 분기마다 외모, 연기, 미디어 노출 범위, ‘스왓(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인)’ 분석을 공유한다. 정성적 평가와 데이터를 통해 배우의 내면과 외면을 꿰뚫지만 권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최고로 키울 수 있다’는 본인의 확신이다.

“제가 배우를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은 그 근처도 못 가요. 제가 자신 없어 하면 누가 이 배우를 신뢰할까요? 완벽한 배우는 없어요. 모두 결핍 덩어리죠. 그 결핍을 우리의 실력으로 채우겠다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앤드마크에 2020년은 여러모로 분기점이다. 콘텐츠 제작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최근 ‘앤드마크스튜디오’ 콘텐츠 사업부를 신설했다. 200억 원 규모의 영화를 비롯해 지상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웹 드라마 각 1편씩 기획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명도 앤드마크로 바꿨다. 기존 AND(Artist And Different)에, ‘일류’를 뜻하는 프랑스어 ‘MARQ’를 붙였다. 톱스타 한두 명으로 대변되는 곳이 아닌, 회사 자체가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콘텐츠를 설명하다가도 권 대표가 가장 눈을 빛내던 순간이 있다. 새로 영입한 신인 배우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가 안 된 남녀 신인 배우가 1명씩 있어요. 엄청난 스타성을 가진 친구들이에요. 앤드마크의 본질은 배우 매니지먼트예요. 그걸 놓치면 끝이에요.”

::권오현 앤드마크 대표는…::
△ 1981년생
△ 2003년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 입사
△ 2005∼2007년 팬텀 엔터테인먼트 근무
△ 2007년 BH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
△ 2015년 매니지먼트AND 설립
△ 2020년 앤드마크로 회사명 변경. 앤드마크스튜디오 콘텐츠 사업부 신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배우#매니지먼트#앤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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