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덕 대표 “아직도 ‘어이, 브라더’ 따라하는 사람들 있는게 신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엔터 View]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

서울 용산구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서 11일 만난 한재덕 대표 뒤로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아수라’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 대표는 “아직도 ‘어이, 브라더’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신세계 유행어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용산구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서 11일 만난 한재덕 대표 뒤로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아수라’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 대표는 “아직도 ‘어이, 브라더’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신세계 유행어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8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허름한 건물 5층에 위치한 영화제작사 ‘사나이픽처스’. 영화제작사 ‘영화사 올’의 김윤미 대표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50)를 찾아왔다. 배우 엄정화도 함께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김 대표가 기획하던 영화 ‘오케이 마담’까지 화제가 닿았다. “엄정화 남편 역이 고민이야”라는 김 대표의 말에 한 대표가 “박성웅 어때?”라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영화 ‘신세계’ ‘무뢰한’에서 합을 맞춰본 박성웅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재 개그’를 잘 던진다며 코믹 연기에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 캐스팅이 성사되면서 ‘오케이 마담’은 영화사 올과 사나이픽처스가 공동 제작하게 됐다.

한 대표의 ‘촉’대로 12일 개봉한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엄정화)과 석환(박성웅)은 찰떡궁합의 호흡을 선보인다. 하와이 여행에 당첨돼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미영과 석환은 비행기가 공중 납치되자 숨겨온 정체를 드러낸다. 승무원으로 위장한 엄정화는 치마를 찢고 시원한 발차기를 날린다. ‘신세계’에서 살기 띤 눈빛으로 “살려는 드릴게”를 읊조렸던 박성웅은 엄정화를 ‘누나’라 부르는 애교 많은 연하남으로 변신했다.

11일 만난 한 대표는 코미디로는 ‘보안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오케이 마담’에 대해 “코미디가 제일 어렵다. 열심히 만들어도 안 웃긴 민망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면에서 이철하 감독이 정말 잘해줬다. 배우 얼굴만 나왔는데도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있으니 말이다”라며 흐뭇해했다.

한 대표는 영화계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뛰어난 돌파력으로 해결해내는 제작자로 꼽힌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두드리는 그의 돌파력은 수많은 좌절을 통해 얻었다. 제대 후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지원했지만 세 번 연속 떨어지자 직접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제작부를 거쳐 드라마 제작사에 들어갔지만 경영난으로 2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야 했다.

“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걸 쏟아서 영화를 하겠다’는 미련이 떠나질 않았다. 백수였던 내게 ‘주먹이 운다’ PD로 인연을 맺은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2010년 ‘부당거래’로 공백기를 깬 한 대표는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을 만들며 영화계에 자리 잡았다. 이어 2012년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뒤 한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챙기는 섬세함으로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사나이픽처스를 세운 계기도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한 제작팀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였다. 당시 일했던 작업실을 700만 원에 인수하고 PD들에게 “일이 없어도 이 사무실로 나오라”며 살뜰히 챙겼다.

사나이픽처스의 첫 작품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초짜 영화사에 흔쾌히 제작비를 대줄 투자배급사는 없었다. 그는 영화판에서 다진, 끈끈한 인맥을 총동원했다. 최민식 황정민을 캐스팅했고 ‘올드보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정정훈 촬영감독과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조화성 미술감독을 섭외했다.

“정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후반 작업으로 해외에 계셨는데 읍소 반, 협박 반으로 모셨다. 민식 선배님과 황정민도 스케줄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재덕이 회사 세우고 첫 작품인데 도와주자’며 의기투합했다. 어렵게 모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매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와 함께한 일류급 배우들도 한 대표와 한 번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나이픽처스와 함께한 작품은 황정민이 다섯 작품으로 가장 많고, 최민식 박성웅은 각각 세 작품을 했다. 한 대표는 내년에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를 제작한다.

“헌트는 이정재가 수년 전 가져온 시나리오다. 영화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정재가 몇 년 동안 집념으로 시나리오를 고쳤다. 수정본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나도 끼워 달라’고 했다.”

최근 이정재와 황정민이 재회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개봉으로 ‘신세계’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대표는 “‘어이, 브라더’라는 대사가 다시 튀어나오는데 신기하더라”며 “50년, 100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의 한 식당을 갔는데 식당 전체가 영화 ‘대부’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40년 뒤에도 자기 영화 사진이 식당에 붙어 있을 거라고 코폴라 감독이 상상이나 했겠나.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신기함을 더 느끼기 위해 하나라도 미덕이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 2003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제작부장
△ 2010∼2012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등 프로듀서
△ 2012년 사나이픽처스 설립, ‘신세계’ ‘검사외전’ ‘공작’ ‘돈’ ‘오케이 마담’ 등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재덕#사나이픽처스#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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