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컬래버레이션)는 서로가 함께 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콜라보가 막힌 사회문제를 뚫어내는 ‘해결사’로서도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못난이 감자’와 ‘해남 왕고구마’에 이어 일본의 한국산 수산물 불매로 냉동창고에 쌓여 있던 ‘통영 바닷장어’를 이마트와의 협업으로 완판시켜 재고를 해결한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인 백종원 씨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콜라보가 이뤄낸 쾌거였다. 백 씨는 바닷장어 무조림 레시피를 개발해 자신만의 브랜드로 간편 조리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고, 이마트와 SSG닷컴(신세계쇼핑몰)은 판매와 유통을 책임졌다. 백종원과 정용진은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이 스타성과 브랜드를 갖고 있다. 스타들이라고 해서 항상 지속적인 성공과 수익을 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합은 사회적 결핍과 소외 문제를 보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각자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그 결과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개별 브랜드들이 각자의 성공을 위해 콜라보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눈앞의 이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까지 할 수 있도록 목표를 높여 잡고 콜라보를 고민해야 하는 때가 됐다는 것이다.
패션뷰티 상품의 미감(美感) 상승을 위해 시작된 콜라보는 이제 음식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앱솔루트가 유명 셀럽이나 예술가들의 작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커피빈, 화장품 맥주 팝콘 등과 톡톡 튀는 콜라보를 펼치고 있는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눈요깃거리, 뉴스거리를 즐기고 지갑을 연다. 이젠 콜라보가 대중화돼 웬만한 결합으로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는 힘들다. 현대 소비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콜라보는 소비형이 아닌 참여형으로 진일보 중이다. 특히 백종원씨와 정용진 부회장이 진행한 콜라보는 사람들에게 소비행위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지속성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콜라보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눈요기와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감동을 주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를 ‘하트 콜라보’라 부르고 싶다.
필자도 미술 전공자로서 그동안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해왔다. 이제 예술과 기업을 살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보다 넓고 깊고 아름다운 사회적 책임까지 떠맡을 수 있는 콜라보를 고민할 예정이다. 이는 단지 끼리끼리의 상생을 넘어 세상을 살릴 수 있는 도리를 향한 콜라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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