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7년차인 시인이 네 아이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주한 하루 가운데 읽고 쓰며 느낀 것들을 단정하고 차분한 사유와 응시로 담담히 풀어냈다.
‘도끔밥 조깔 치킨빵’에선 족발을 ‘조깔’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자매들과 볶음밥을 ‘도끔밥’이라며 즐겨먹는 막내 등 가족의 밥상을 통해서 생활을 감각적으로 들여다본다. ‘내 옷이 어때서요’에서는 옷을 고르면서 옷은 ‘우리에게 없는 세계로 가는 통로’ ‘나를 짓는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새 옷은 차갑고 비싸고 딱딱해 부담스러운 데 반해, 장터나 바자회에서 파는 헌옷은 누군가 안아주는 것 같아 좋아한다는 말도 인상적. 김혜순 황정은 정세랑 권여선, 수전 손택 등 여성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시인이 원고 쓸 시간을 벌기 위해 네 아이에게 쥐여줬던 펜과 연필에서 탄생한 귀여운 그림들이 함께 수록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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