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함께 무리를 지어 사는 건 아니지만 지구에서 80억에 육박하는 개체수를 이룬 건 인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모든 사람을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지만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는 내 옆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두렵지 않다. 그 공간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익명성은 개미 무리에서도 볼 수 있다. 익명성은 최소한 같은 구성원이라는 ‘표지’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침팬지는 안면을 터야 서로를 알 수 있지만 개미는 냄새만 갖고도 서로를 알 수 있다. 인간은 언어뿐만 아니라 뉘앙스, 풍습 등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표지를 활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간사회는 같은 종이라는 표지를 점점 잊고 있다. 외부인을 질병과 연관시켜 국가 간 비난 게임으로 변질되는 현실을 저자는 경계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