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자연에 유명 캐릭터 콜라보한 제주 스누피가든 [전승훈 기자의 디자인&콜라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2일 14시 00분





8월초 제주도로 간 여름휴가 기간 중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오픈한 ‘스누피 가든’을 방문했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생긴 또하나의 테마공원이겠거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위로와 힐링을 얻고 왔다.

스누피는 미국의 작가 찰스 M 슐츠(1922~2000)가 1950년부터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신문 잡지에 무려 50년간 연재됐던 네 컷짜리 만화 ‘피너츠’(Peanuts)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과 그의 반려견인 스누피, 그리고 여러 친구들이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스토리다. 오프라 윈프리도 “내 어린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을 정도로 현대 미국인들의 삶과 문화 속에 스며든 만화다. 약 7만9000여편이 나와 있으며, TV드라마 영화로도 제작됐고 75개국에 약 2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전파됐다.

제주 ‘스누피 가든’은 천연의 자연환경에 더한 컨텐츠 스토리텔링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Rest this Afternoon)

스누피가든은 전시장 입구부터 스누피 그림과 함께 커다란 판넬에 쓰여진 글귀가 손님을 맞는다.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Look to Tomorrow, Rest this Afternoon)




이 글귀에서 가장 반전 위로를 주는 것은 맨 마지막 문장이다. 인생은 배우고, 즐기고, 준비하는 일상의 긴장과 노력의 연속인데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는 것이다. 일상 뿐 아니라 여행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간다하면 그 지역의 유명 박물관, 역사 유적지, 뒷골목, 시장, 카페를 순례하며 사진을 찍다보면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국내 휴가지에서도 밀린 업무생각, 장마·태풍 걱정, 코로나 걱정에 TV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제주로 휴가 왔으면 오늘 오후는 스누피 친구들이 툭툭 던지는 인생 위로의 말을 음미하면서, 자연 속에서 쉬는데 집중해보자는 슬로건이 맘에 와 닿았다. ‘Rest this Afternoon’은 한국에 최초로 정식으로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7월에 오픈한 ‘스누피 가든’의 주제이자 모티브다.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Happiness is a warm Puppy)

찰리 브라운의 반려견인 스누피는 비글 품종의 개로, 귀여운 외모 뿐 아니라 솔직하고, 위트있는 인생의 철학을 툭툭 던지는 게 매력이다. 쉽고 단순한 말이지만 곱씹어 생각할 수록 인생의 지혜가 느껴지는 스누피 친구들의 대화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는 인용구로도 인터넷에서 인기다.






찰리 브라운이 스누피를 꼭 안고 있는 그림 밑에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Happiness is a warm Puppy)라는 문구가 씌여져 있다. 쌀쌀한 날에 강아지를 안아본 사람은 안다. 그 따뜻한 체온이 내 가슴을 덮혀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을. 작가인 슐츠는 “행복은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그냥 포근한 강아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스누피는 소설가인데다, 화가, 마술사, 야구선수이자 만능스포츠맨으로 다재다능하다. 그런 스누피의 개집 안 풍경은 어떻게 생겼을까? 실제 피너츠 만화 속에는 개집 속이 한번도 그려지지 않았다. 스누피가 던지는 말로 유추할 뿐이다. 그런데 스누피가든의 전시장 안에는 세계최초로 스누피 집 안의 모습을 상상해서 재현해놨다. 책상에는 스누피가 소설을 쓸 때 사용하는 타자기가 놓여 있다. 타자는 스누피의 비서인 우드스탁이 대신 쳐준다. 방 안에는 미니 당구대도 있고, 야구방망이도 있다. 스누피가 그림을 그리는 화실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물감이 묻은 귀여운 강아지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나는 여행의 위대함을 믿어!”(I‘m a great believer in travel)

스누피는 종종 일상을 탈출해 탐험을 즐기고, 때로는 저 머나먼 우주까지 날아다닌다. 자그맣고 사소한 행복과 커다랗고 무한한 우주는 스누피가 상징하는 특별한 주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마스코트인 스누피는 실제로 달에 처음 간 만화 캐릭터다. 1969년에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 리허설을 위해 아폴로 10호가 먼저 달로 떠났다. 아폴로 10호의 달 착륙선 이름은 ’스누피‘였고, 사령선 이름은 ’찰리 브라운‘으로 명명됐다. 당시 우주조종사들은 “여기는 스누피, 찰리 브라운 나와라 오버”라고 콜사인(call sign)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우주선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은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낯선 달에 가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외로움도 무서움도 느끼지 않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스누피가든 전시장에는 스누피가 빨간색 지부의 개집을 타고 우주로 여행가는 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달나라에서 귀환하는 스누피의 시선으로 보는 지구가 환상적이다. 이 때 스누피가 외치는 한마디. “나는 여행의 위대함을 믿어!”(I’m a great believer in travel). 강아지도 여행의 위대함을 알다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려 방콕하며 재택근무, 화상수업를 해야하는 시대에 더욱 그립고 절절한 스누피의 명언이다.




● “길을 잃었을 땐 너의 나침반을 따라가”(When Lost, Follow your compass)

스누피는 늘 개집 안에서 잠을 자지 않고 지붕 위에서 잠을 잔다. 뾰족한 빨간색 지붕 위에 누워 있는 스누피가 그렇게 편안해보일 수 없다. 실제로 작가인 슐츠가 키우던 반려견이 폐소공포증이 있어 사다준 개집에서 안 자고, 늘 밖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 ‘스누피 가든’ 로고 속의 스누피는 제주의 초록색 오름 위에서 누워서 잠을 잔다. 제주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2만5000평 대지에 자리잡은 ‘스누피 가든’ 주변에는 아부오름, 안돌오름, 백약이오름, 비자림과 같은 천연 야생의 제주의 자연이 둘러싸고 있다. 안개와 같은 구름이 수시로 몰려왔다가 비가 내렸다가, 햇볕이 나기도 하고, 겨울에는 눈으로 뒤덮이는 변화무쌍한 기후가 특징이다. 만화 속 스누피는 ‘비글 스카우트’의 대장으로서 낙엽과 물, 바람을 좋아하고 나침반을 들고 산과 들을 탐사하고, 캠핑하는 것을 즐긴다. 스누피가든의 야외정원으로 나서면 스누피가 제주의 나무와 숲, 돌과 연못, 날씨 속에서 탐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에는 피너츠 사색 들판, 찰리브라운의 야구광장, 비글 스카우트 캠핑장, 호박대왕의 호박밭, 루시의 가드닝 스쿨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관람객들은 숲과 호수에서 피너츠와 함께 걸으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비글 스카우트처럼 작은 폭포를 따라 숲속을 지나고, 나무로 된 어드벤처를 오르고 다리를 건넌다. 스누피 일행이 쉼직한 아기자기한 텐트와 수많은 스누피의 페르소나 인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에서 사진찍기 좋은 명소 두군데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스누피 레이크다. 잔잔한 호숫가에 스누피와 단둘이 어깨를 기대고 앉아 있는 뒷모습을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또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스누피 돌하르방’도 커플끼리 사진찍기 좋은 명소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내일을 믿는 것”(To plant a garden is to believe in tomorrow)

스누피 가든을 기획한 남해종합건설의 자회사 에스엔가든의 김우석 대표(46)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조경학 박사학위를 딴 조경전문가다. 남해종합건설 창업주 김응서 회장의 아들인 그는 수년 전부터 제주 10만 평의 땅에 조경용 나무를 심어왔는데, 그 중 2만5000평 규모의 수목원에 스누피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제주 스누피가든에서 만난 그는 요즘 “외모까지 스누피를 닮아간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제주에 자연생태 테마파크를 조성하게 된 계기는.

“제가 조경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목원을 하려고 가꿔온 숲이었다. 경기 가평의 ‘아침고요 수목원’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때부터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제주에 오름, 곶자왈과 같은 천연숲 걷기가 유행하면서, 단순히 수목원만으로 관심받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수목원에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접목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누피 가든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17년 일본 도쿄 롯본기에 열린 스누피 뮤지엄 전시에 가보고 너무 좋았다. 내가 꿈꾸던 수목원에 스누피 콘텐츠를 접목시키고 싶었다. 피너츠 만화의 IP(지적재산권) 계약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일본 소니엔터테인먼트에 연락했더니 홍콩에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갔다. 처음엔 중국계 자본이 이미 진출해 있어 안된다고 거절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피너츠 재단 측 관계자를 소개받아 끊임없이 친분을 쌓고, 작가의 유가족도 접촉한 끝에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작가인 슐츠의 부인이 정원을 매우 좋아하시는데, 제주의 환상적인 자연환경에 스누피가든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설득했다. 핀란드의 유명한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무민밸리 파크’가 일본의 한 호숫가에서 세워져 성공한 사례도 참조했다.”

―스누피의 매력은 무엇인가?

“전세대를 아우르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들은 귀여운 강아지만 봐도 좋아한다. 또 취업 경제난 등으로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는 피너츠에 나오는 친구들의 솔직하고 과하지 않은 인용구에 열광한다. 인터넷에는 위로와 공감을 던지는 ‘스누피 명대사’가 수없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피너츠 인용구 1만5000여 편이 실린 두꺼운 책이 있는데, 정말 한 문장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30~40대 부모 관람객도 ‘아이들 놀게 해주려고 왔다가 내가 위로받고 간다’고 피드백을 남긴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피너츠를 단순한 만화로 보지 않고, 인생의 철학과 문화적인 메시지와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스누피는 모든 세대에 어울리고, 받아들여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란 매력이 있다. 스누피 캐릭터는 아동용 문구나 팬시점 뿐 아니라 백화점에서 파는 일상용품에도 잘 어울린다. 할아버지부터 아이들까지, 심지어 아저씨인 내가 스누피 옷을 입어도 과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 “인생은 한 길만 있지 않아” (Life is rarely all one way)

―외국에는 스누피 테마파크가 얼마나 있나.

“스누피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사업으로 보통은 캐릭터 상품을 많이 하는데, 우리같은 경우는 로케이션 비즈니스다. 로케이션 IP로는 세계적으로 2,3군데 정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 ‘캠프 스누피’라는 테마파크가 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센타로사시에 작가인 슐츠 뮤지엄이 있다. 작가가 쓰던 물건이랑 원작을 보관한 박물관이다. 이걸 본따서 일본 도쿄에서 롯폰기에 ‘도쿄 스누피 뮤지엄’이 2년간 열리기도 했다. 홍콩에 찰리브라운 카페가 있고, 일본에는 피너츠 호텔,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전통찻집 등이 있다. 피너츠는 아니지만 핀란드에는 ‘무민밸리 파크’가 있다. 핀란드의 한 섬에서 여름 3개월만 열리는 데 40만 명이 올 정도로 인기다. 캐릭터 문화에 익숙한 일본이 ‘무민밸리 파크’를 들여와 호숫가에 재연했다. 그걸 보고 ‘IP랑 최근 자연과 엮은 새로운 테마파크 장르’의 구상을 구체화하게 됐다.”




―피너츠와 제주는 어떻게 연결시켰나.

“제주 스누피가든은 테마파크랑 수목원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로케이션 IP다. 원래 피너츠 타운의 주인공들은 미국 중서부 지방의 교외지역에 사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야생자연이 살아 있는 제주의 환경에는 ‘피너츠보다는 스머프 캐릭터가 맞지 않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스누피와 제주를 연결시킬까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에는 피너츠 안에 ‘자연’이라는 답이 있었다. 제주를 자연으로 해석했다. 피너츠 가이드에도 ‘눈, 비, 바람, 낙엽 등에 주위 자연환경과의 인터액션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명확히 쓰여져 있다.

해안과 산간지대가 섞여 있는 제주도 전체를 고려하기 보다는 스누피가든이 자리잡은 이 지역의 특색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여기는 한라산 정상에서 가까운 중산간 지역이다. 아부오름, 비자림 등 오름과 곶자왈의 야생자연이 살아 있고,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오늘도 비가 왔다가 햇볕이 쨍했다가, 수시로 안개가 끼었다 사라진다. 겨울에는 눈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분다. 비자나무, 육박나무, 팽나무, 하귤나무 등 특색있고 울창한 숲이 있다. 어차리 제주에 오는 사람들은 부산처럼 화려한 곳에서 놀기보다는, 자연을 보면서 힐링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특히 제주 동부지역은 더 그렇다. 제주 서남권은 가족 중심의 휴양지, 애월은 카페촌이라면 제주 동부 중산간지역은 숲과 자연을 보러오는 곳이다. 화산지대에 넓은 초원과 목장이 펼쳐진 뷰가 있고, 기후가 만들어낸 돌과 흙과 나무가 제주를 느끼게 한다.”




―야외 체험공간은 어떻게 설계했나.

“스누피는 낙엽을 좋아하고, 페퍼민트는 담장 그늘에 앉아 있길 좋아한다. 피너츠의 아이들이 소통하는 장소는 항상 언덕과 담장, 나무 밑과 같은 자연이다. 그곳에서 인생 이야기를 한다. 언덕, 야구장 등 피너츠 모티브 컷 속에서 나오는 장면을 재현해 11개의 ‘에피소드 가든’을 만들었다. 그걸 제주 자연 속에 섞어서 테마파크를 만들어, 진짜로 피너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




미국 피너츠 재단에서도 제주는 자연이니까 ‘비글 스카우트’가 제일 최적화된 아이템이 아니냐고 조언했다. 비글 스카우트는 도시를 벗어나서 하이킹하고, 나침반을 보고 트레킹하고, 야영하면서 자연을 탐험하는 아이들이다. 스누피는 비글 스카우트의 대장이고, 스누피의 타자치는 비서인 우드스탁이 끌고 다니는 6명은 대원이다. 캠핑장에는 나무로 된 어드벤처 시설과 텐트를 설치하고, 호박밭에는 파밍(농사짓기) 전시를 하고, 루시의 가드닝 센터에는 정원관련 전시가 예정돼 있다.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필드 트립, 서머캠프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사랑은 이상한 행동을 하게 만들지”(Love makes you do strange things.)

―피너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상형이 바뀌듯이 계속 변한다. 처음에는 루시가 좋았다. 직설적인 성격이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주변에 누나든, 동생이든, 친구든 그런 사람은 꼭 있기 때문에 눈에 띄였다. 그 다음에는 패퍼민트 패티가 좋았다. 초록색 스트라이프 패턴 옷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남자답고, 운동도 잘하는데 왠지 불쌍해 보인다. 샐리 브라운은 정말 예쁜데 4차원 같은 엉뚱한 소녀다. 아무리 못돼 보여도, 4차원이어도 예쁜 것은 예쁜 것이다. 그래서 공감이 간다. 엊그제 샐리 조형물을 막 세워놨는데, 어린 소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예쁜 샐리랑 정말 잘 어울렸다. 피너츠에서 하나도 버릴 만한 캐릭터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감이 간다.”




―피너츠 캐릭터가 공감이 가는 이유는.

“작가인 슐츠는 50년 동안 매일 신문에 피너츠를 연재했다. 평일에는 4컷, 주말판엔 10컷을 그렸다.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발사이니까, 찰리브라운의 아버지도 이발사로 나온다. 자기 옆 동료 이름을 따서 루시를 만들었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자기가 짝사랑 하던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그리고, 야구팬이라 야구장면을 그리고, 겨울에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니까 하키 장면을 그렸다. 50년 동안 그리다보니 일상과 문화가 다 녹아있다. 그렇다보니까 우리에게 와 닿는게 많을 수 밖에 없다. 피너츠 만화를 연도별로 모아놓은 책이 있는데 오프라 윈프라가 서문을 썼다. 피너츠가 미국 문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자신이 어릴 적에 슐츠 작가 덕분에 비뚤어지지 않고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인들은 50년간 자신의 삶에 녹아든 문화로 피너츠를 생각한다. 피너츠 캐릭터는 밝고, 솔직하고, 위트가 있다. 피너츠는 2~3세대가 돌면서 우주선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뮤지컬이 되고, 첫 번째 포드광고를 스누피가 하기도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히어로 만화가 아니라, 수많은 사춘기 청소년들과 똑같이 인생을 고민하는 스누피의 솔직함 덕분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다.




―피너츠 IP는 어떻게 활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나.

”‘피너츠’ 아카이브에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소스가 데이터베이스로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검색어에 ‘마스크’ ‘안경’을 넣으면 마스크를 쓰고 어딜 가는 에피소드, 안경을 잃어버린 에피소드 컷이 나온다. 키워드 검색이 가능한 것이 디지털 아카이브 IP의 힘이다. 우리가 필요한 에피소드의 검색어를 넣어 원화 이미지를 얻고, 사용한 만큼의 로열티를 지불한다. 피너츠 재단이 각종 캐릭터 IP(지적재산권)사업만으로 버는 돈이 연간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스누피가든의 전시기획은 무브먼트서울과 브랜드아키텍츠(BRAND ARCHITECTS)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김하윤 무브먼트서울 대표는 ”50년간 소소한 일상주변의 일들을 그린 슐츠의 피너츠 콘텐츠는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공감하는 요소를 뽑아내는 테마파크 IP로는 최강의 힘을 갖고 있다“며 ”특히 공격적이거나 강요스럽지 않은, 부드럽고 솔직하게 풀어내는 피너츠의 철학적 인용구를 중심으로 남녀노소를 다 어우르는 전시 포인트를 잡았다“고 말했다.

● ”걱정하는 것은 나쁜 일을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은 일을 즐기는 것을 멈추게 할 뿐이예요“ (Worrying won‘t stop the bad from happening, it just stops you from enjoying the good.)



―스누피 개집 안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처음인가.

”일본 도쿄에서 스누피 뮤지엄 전시를 할 때 일본 잡지에 스누피 집안의 풍경을 상상한 그림이 있었다. 그걸 보고 실제로 재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측에 프리젠테이션을 했더니 재밌겠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나라에 있는 피너츠 테마파크에는 외형을 재현한 곳이 많은데, 개집 안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해본 것은 처음이다.“




―얼굴이 스누피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는데.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이 안하는 걸 하고 싶다는 성향이 있었다. 그런데 남들과 아예 다른 것은 쉽지만, 다르긴 한데 티가 안나게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스누피가 무척 세련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스누피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원했다. 예전엔 스누피와 전혀 안 닮았었다. 그런데 스누피가든에 몇 년동안 집중하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변해가는 것같다. 나이가 들면서 눈가가 쳐지면서 더 닮아가는 것 같다.

스누피는 자연을 사랑한다. 조경을 전공한 나도 자연의 위대함을 안다. 평소 비염이 있는데 숲에만 들어가면 코가 뻥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면 알아서 자연을 찾아간다. 진짜 신기한게 암에 걸리면 다 강원도 산 속으로 가지 않느냐. 자연 속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놀랍게도 내 몸이 달라진다. 피너츠 만화도 정신적으로 휴식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나뭇잎을 관찰하고, 열매를 주워보다보면 나무들이 서로 공생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네 삶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작가들이 자연을 보고 글을 쓰고, 예술가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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