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배달하 주임신부 “배론성지는
국내 첫 신학교 세웠던 유서 깊은 곳” 최양업 신부 묘소 있는 장소이기도
“기도법 모르면 기도가 노동처럼 돼” 다양한 기도 체험-교육 기회 제공
배론은 지형이 배 밑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깝게는 이 지명을 짐작할 수 있는 주론산(舟論山), 멀게는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가 있다.
1791년 신해박해 이후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는 배론성지(충북 제천시 봉양읍)에는 3가지 보물이 있다. 먼저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사제인 최양업(1821∼1861)의 묘가 있다. 헌신적인 사목 활동으로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은 2016년 로마 교황청이 시복(諡福) 후보자에게 붙여주는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다. 또 하나는 1855년 프랑스 선교사 메스트로 신부가 설립한 성 요셉 신학당으로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신학교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초기 교회 지도자인 황사영이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 실태를 설명하고 이를 막기 위해 외세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취지의 백서(帛書)를 썼다는 토굴도 있다.
15일 봉헌식을 개최한 천주교 원주교구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를 21일 찾았다. 원주교구를 보호하는 수호성인은 모든 은총을 중재하는 성모 마리아다. 연면적 6900m²인 기도학교는 1층에는 나자렛홀과 190석 규모의 소성당, 요셉 대강당 등이 있다. 성체조배실(聖體朝拜室)과 객실 등이 있는 2층 입구에는 원주교구의 올해 사목 지침인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를 새긴 현판이 세로로 걸려 있다.
왜 기도학교일까. 배론성지와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주임인 배달하 신부(57)는 “이곳은 신앙의 선조들이 삶을 도모하고, 기도하기 위해 일찌감치 찾아온 명당 중의 명당”이라며 “최초의 신학교가 설립됐다는 점과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있다는 것도 기도학교가 세워져야 하는 역사적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원주교구장으로 임명된 조규만 주교는 부임 다음 날 이곳을 찾아 “기도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신앙생활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기도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 주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부하던 시절 “여건이 되면 기도학교를 꼭 세워 달라”는 은사의 유지를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었다고 한다.
기도학교는 다양한 기도의 소개, 역사와 인물을 통한 학문적 심화, 기도 체험 등 3단계 과정을 통해 신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기도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배 신부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을 거닐면서 새나 나무와 교감하는 기도를 즐겼다”며 “자신에게 맞는 기도법이 없으면 기도 시간은 노동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도의 시간과 형식 순서 내용에 따라 기도법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배론성지는 66만여 m²의 공간적 매력이 무엇보다 강점이다. 기도학교는 제천시와 함께 최양업 신부 묘로 향하는 길, 묵주기도를 하며 걸을 수 있는 ‘숲 터널’인 로사리오 길, 인근 파랑재 코스를 비롯해 다양한 치유와 기도의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년 묘지기’ ‘배론 배씨’라고 자처하는 배 신부는 기도학교를 이렇게 찬미했다.
“이 어둡고 혼란한 시기에 고요한 자태로 팔을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배론의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는 진짜 아름다운 배론을 묵상으로 기도하듯,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섭리의 공간이다.”
내년은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선종(善終) 160주년이다. 기도학교는 12월부터 그의 생애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매월 1회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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