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성악계’ 클래식 톱스타는 나이팅게일[유(윤종)튜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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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베토벤
산책하는 베토벤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의 끝부분에는 새들의 소리가 묘사됩니다. 클라리넷의 뻐꾸기 소리는 누가 들어도 알아차릴 수 있죠. 플루트는 나이팅게일, 오보에는 메추리 소리를 노래합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새소리를 사랑했고, 음악 속에 녹여 넣었습니다. 우리 국악에도 남도 잡가 ‘새타령’을 비롯해 새소리가 많이 인용됩니다.

1784년 봄, 모차르트는 신혼 3년차 신랑이었습니다. 이 해에 큰아들이 태어났습니다. 5월에 모차르트는 용돈 장부에 악보 한 줄을 그리고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찌르레기, 34크로이처(동전 이름), 예쁘다.’ 집에 새를 사갔던 겁니다.

종달새
모차르트는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피리로 새소리를 흉내 내 새를 잡는 새잡이 파파게노를 등장시키기도 했죠. 그가 용돈 장부에 적었던 악보는 피아노협주곡 17번 3악장의 주선율이 되었습니다. 3년 뒤 모차르트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이 찌르레기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렀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53번 ‘종달새’는 제1바이올린으로 나오는 선율에 붙은 장식음이 어린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연상하게 하죠. 종달새 하면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연 봄의 정경 위로 어린 종달새가 지저귀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이 곡은 특히 우리한테 더 친근합니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주니어에서 시니어 무대에 출전하게 된 첫 시즌인 2006년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이 ‘종달새의 비상’을 택했습니다. 당시 열여섯 살이었죠. 나이 어린 선수가 어른들의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미지로 세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
종달새도 멋진 노래를 부르지만 ‘새들의 성악계’에서 톱스타들은 아무래도 ‘전원 교향곡’에 나온 나이팅게일과 뻐꾸기죠. 이탈리아의 근대 작곡가 레스피기는 아예 나이팅게일 소리를 녹음해서 자기 작품 속에 들려주도록 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교향곡 1번 첫 악장에 여러 새소리를 담아냈습니다. 클라리넷이 표현하는 뻐꾸기 소리는 특히 알아듣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러 작곡가들이 묘사한 뻐꾸기 소리가 조금씩 음정이 다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 ‘크라펜 숲에서’에선 ‘솔-미’, 단3도고,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미-도’, 장3도입니다. 남도잡가 ‘새타령’은 슈트라우스처럼 단3도죠. 말러 교향곡 1번은 주로 ‘도-솔’ 완전4도입니다. 뭐가 맞을까요.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뻐꾸기가 노래하는 영상을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종달새 등 다른 새들을 묘사한 음악들과 실제 새의 노래도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뻐꾸기
이번 주에 공연장에서 여러 새소리를 들을 예정이었습니다. 26일은 롯데콘서트홀이 주최한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에서 제임스 저드 지휘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을, 27일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협연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본윌리엄스 ‘종달새의 비상’을 들으려 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이 기대들을 빼앗아갔습니다.

새로운 전염병의 잦은 발생이나 최근 동아시아를 휩쓴 홍수 모두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파괴된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인류가 자연과 화해해 위기를 극복하고 주변에서 멀어져가는 새소리를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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