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센주 히로시(千住博·1958∼)의 이 책을 보고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1896∼1933)의 ‘은하철도의 밤’을 떠올렸다. 8, 9년 전 은하철도의 밤을 읽고 ‘일제강점기는 어쩔 수 없었다’는 용납되지 않을 탄식을 속으로 삼켰다. 차마 발설하지 못한 이유는 윤동주(1917∼1945)의 ‘별 헤는 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별은 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다. 이때 우리는 인간만은 아니다. 모든 자연이다. 스스로 그러한 물자체다. ‘별이 내리는 밤에’에서는 사슴이다. 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슴은 별에 홀린 듯 어디론가 헤맨다. 작가는 친절하게 그 행적을 작은 ‘지도’에 표시해준다. 없어도 괜찮았으리라.
사슴은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두 번 별똥별이 하늘을 긋는다. 개는 긴장하면 입을 다문다. 사슴은 단 한 번 입을 연다. 가족을, 혹은 동료를 만났을 때다. 이 책은 그림책이다. 정말 그렇다. 글이 없다. 그러나 무한을 웅변한다. 다 다르게 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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