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겨냥한 책이 부쩍 늘었다. 이달 ‘철학하는 50대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 (빈티지하우스) ‘50, 나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빌리버튼), ‘50이라면 마음청소’(센시오)가 출간되는 등 올 들어 10종 넘게 나왔다. 출판계에서는 제목에 ‘50(대)’을 박아 넣은 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주로 자기계발서인 이 책들이 상정하는 50세(혹은 50대)는 세상의 뜻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이라기보다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 나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밀려오는 때다. 이성용 빈티지하우스 대표는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일, 즉 ‘은퇴’를 앞두고 재취업이냐 투자냐, 돈 걱정에 자녀교육 문제로 불안하다. 이때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50대를 잘 준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50을 타깃으로 하는 이 책들이 생각하는 주요 소비층은 막 50이 됐거나 50을 맞이할 40대 중후반, 즉 ‘뉴노멀 중년’이다. 이들이 30대 중반∼40대 초반이었을 때 ‘30대 재테크 성공전략’(2008년) ‘대한민국 30대, 재테크로 말하라’(2008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2011년) 같은 책이 유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4차 산업혁명같이 시대를 완전히 뒤바꿀 일은 상상도 못했기에 그런 경제·경영서에 신경 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현준 빌리버튼 대표는 “10년, 20년 전의 50대에 비해 재취업이나 투자환경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이들은 그때 놓친 기회를 후회하고 있다”고 짚었다.
뉴노멀 중년은 과거의 50대와 다르다. 주로 1970년∼1975년에 태어난 이들은 X세대다. 그전 586세대(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50대로 대표되는 세대)까지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했다면 X세대는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에 집중한 첫 세대다. 이들은 50을 맞아 자아 찾기에 나선다.
지난달 나온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는 세 자녀를 키우는 1970년생 동화작가가 50을 맞아 근육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탈바꿈한 과정을 담고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시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노년을 준비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윤소영 꿈의지도 팀장은 “뉴노멀 중년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고, 나의 몸과 취향에 투자한다. 책임을 오랜 시간 다한 후에 더 절실해진 자아 찾기”라고 말했다.
비상교육 Geo Company 대표인 1971년생 노중일 씨가 올 4월 펴낸 ‘50 SO WHAT?’(젤리판다)는 뉴노멀 중년이 동년배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다. 출생연도별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에 속하는 1970, 71, 72년생이 코로나19와 산업구조 격변 속에 ‘오춘기’를 겪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과거 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펼쳐내야 하는 책임을 진 X세대의 고민과 두려움의 표현이라는 것. 노 씨는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X세대가 Y, 밀레니엄, Z세대와 더불어 잘 살려면 그들의 다양성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한다.
50을 위한 책의 잇단 출간은 독서 연령층의 고령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약 10년 전 책의 주소비층이던 30대 직장여성이 나이를 먹어 40대 중후반이 돼서도 계속 책을 구입하는 주요 연령대가 된다는 얘기다. 반면 디지털 매체를 선호하는 20, 30대의 책 시장 유입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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