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놀이’ 생태계의 진화
DJ들 코로나로 클럽 못열게 돼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디제잉
원하는 장르별로 ‘클럽’ 찾아 방문… 각자 집에서 즐기며 채팅 덕담도
모여서 함께 즐기던 ‘마피아 게임’, 온라인 출시 2년만에 인기 역주행
“여기가 e태원 클럽인가요?”
8월 29일 토요일 오후 9시. 비트와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된 이들이 하나둘씩 클럽으로 들어선다. 입장료가 없는 이 클럽은 약 네 달 전 개장한 뒤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엄중한 시국에 클럽이 웬 말인가 싶지만 이곳은 전 세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집구석 클럽’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인파가 북적이는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3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몇 달간 묵혀둔 흥을 뿜어내고 돌아갔다. 이 클럽은 이번 주말에도 또 문을 연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클럽, PC방, 식당 등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언택트 놀이 생태계’가 각광받고 있다. 대면접촉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에 터를 잡은 이 생태계는 영업을 중단한 장소들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생업을 잠시 중단했거나 집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집구석 클럽’은 코로나19로 디제잉을 할 수 없게 된 몇몇 DJ가 열기 시작했다. 힙합, 일렉트로닉, 트로피컬 음악 등 DJ 취향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가장 인기몰이 중인 클럽은 ‘J.E.B’다. DJ 겸 프로듀서 조선구 씨(31)가 예명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아무래도 진짜 클럽과는 좀 차이가 있다. DJ는 편안한 옷차림에 자신의 방 침대 앞으로 디제잉 기기를 끌어와 침대에 걸터앉은 채 3시간 넘게 공연을 펼친다. 화면에는 ‘#Stayhome(집에 머무세요)’ ‘Quarantine(격리)’ 등의 문구가 등장해 이곳이 ‘집구석 클럽’임을 상기시킨다. 기르는 고양이가 공연 중 화면에 난입(?)해 시선을 사로잡는 진풍경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묘미다.
클럽에 무료입장한 이들은 각자 마실 음료, 간식을 들고 화면 앞에 모여든다. 개장 전부터 채팅에서는 “여기가 e태원이냐”며 자신이 원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하거나 “음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러 왔다”며 인사를 나눈다. 공연 중에도 대화는 이어진다. ‘라이브챗’ 기능은 소통이 용이해 관객이 즐기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디제잉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채팅창에는 ‘((’ ‘))’ 같은 기호가 끝없이 올라온다. 이는 골반,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트워킹’ 동작을 형상화한 일종의 이모티콘이다.
공연이 끝나면 “우리 집을 e태원 클럽으로 만든 공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이 공연을 높게 평가한다” “마치 사이버 아편굴에서 스트레스를 다 푼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기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화면 너머 관객에게 오로지 음악만으로 흥을 선사해야 하는 ‘집구석 클럽’은 DJ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 무대가 됐다.
인기 게임 지형도도 변화하고 있다.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협동 추리게임 ‘어몽어스(Among us)’가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마피아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달 구글플레이 게임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규칙이 간편하고 구성이 좋다는 장점 외에도 친구와 원격 교감하며 즐기는 온라인 ‘파티 게임’이라는 점도 주요 인기 요인이다. 주로 단체여행, MT, 파티 등에서 여럿이 즐기던 ‘마피아 게임’이 코로나19로 힘들어지자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부활한 것이다. 집에서 음성대화로 여럿이 추리를 맞춰 나가야 해 ‘코로나 우정 게임’으로도 통한다. 게임 중 “마스크를 쓰자”는 제안에 캐릭터에 마스크를 씌우는 장면도 연출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한 ‘랜선 술자리’ ‘온라인 생일파티’도 빠르게 정착 중인 트렌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이모 씨(32)는 “최근 미국, 유럽에 흩어진 직원들이 같은 시간에 모여 화상으로 맥주 ‘해피 아워(Happy Hour)’를 즐겼다. 언택트 생태계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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